폭격기 선동열 QS 폄하? 그렇게 깊은 뜻이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3.04.14 08:22  수정

퀄리티스타트 가치 낮게 평가하는 대표적 인물

투수들 미리 한계 그어놓는 자세 비판 깔려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대투수 출신인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완투와 완봉을 밥 먹듯 했다.

현대야구에서 퀼리티스타트(QS)는 선발투수 레벨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6이닝 이상 던져 3자책점 이하로 막으면 선발투수로서 충분히 자기 몫을 다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승수보다 QS 횟수를 놓고 가치를 매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2경기 연속 QS를 달성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KIA 선동열 감독 생각은 다르다. ‘무등산 폭격기’ ‘국보급 투수’로 불리며 화려한 투수 커리어를 자랑하는 선동열 감독은 QS의 가치를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해 "퀄리티스타트는 부끄러운 기록"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10일 광주 두산전을 앞두고도 "6이닝을 던져 3자책점이라고 하면, 방어율로 환산하면 4.50이다. 그런 투수를 과연 좋은 선발투수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선동열 감독이 지적한 것은 평범한 투수가 아닌 정상급 투수 기준에서 바라본 에이스의 가치다.

좋은 투수의 기준은 승수보다도 평균자책점이다. 선동열 감독의 관점에서 보자면 적어도 6이닝 2자책점 정도는 해야 호투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6이닝 2자책점이라고 해도 방어율로 계산하면 3.00이다. 4-5선발급도 아니고 에이스로 분류되는 1-2선발이라면 그 정도의 호투는 당연한 기대치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대투수 출신인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 완투와 완봉을 밥 먹듯 했다. 시즌 평균 0점대 방어율만 세 차례나 달성했다. 7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오거나 한 경기에서 자책점을 2~3점 이상 내주는 것은 선동열 감독에게는 졸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모든 투수들이 선동열 같은 재능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진짜 내용이 있다. 선동열 감독의 진정한 속내는 절대적인 기량 문제보다는, 요즘 젊은 투수들의 승부욕과 책임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퀄리티스타트라는 기록이 보편화되면서 언제부터인가 투수들이 QS만 달성하면 자기 몫을 다한 것처럼 안도하거나, 스스로 대단한 투수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메이저리거 1호인 박찬호의 영향으로 처음 QS라는 개념이 대중화됐고, 투수분업화의 영향으로 선발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줄었다. 투수의 혹사를 방지하기 위해, 선발투수의 적정 투구수는 100개 내외라는 개념도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보편화된 것이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은 한계투구수에 대한 개념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선동열 감독은 투수의 어깨란 쓰면 쓸수록 닳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련돼 강해진다고 믿는 쪽에 가깝다.

요즘처럼 로테이션이 정확하게 운용되고 선발투수의 휴식일이 보장되는 시대라면 투수가 8회 이상 책임지며 130~14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게 선동열 감독의 생각이다.

물론 실제로 벤치에서 그렇게까지 던지게 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투수가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독한 마음가짐이 있어야 마운드에서 더 강한 위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선동열 감독 생각처럼 QS나 적정투구수라는 개념이 오히려 투수들에게 정신적 ´한계´를 미리 그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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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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