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은 류현진? ‘위기관리능력’ 실체 없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3.06.26 14:01  수정 2013.06.26 14:05

득점권 또는 만루 시 위기관리능력 화두 떠올라

경기 내용에 비해 평균자책점 낮은 것 사실

류현진의 위기관리능력이 '운'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 연합뉴스

아쉽게 7승 달성에 실패한 류현진(26·LA 다저스)의 투구 내용이 야구팬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류현진은 25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6.2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승패 없이 물러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호투를 펼친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내용은 고전의 연속이었다. 30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안타를 8개 맞았고, 볼넷도 4개나 내줄 정도로 구위와 제구 모두 불안했던 류현진이었다.

물론 류현진은 두 차례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의아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위기관리능력’의 실체 여부다.

흔히 ‘위기관리능력’이란 득점권 상황에서 실점을 막거나 최소화시킨다는 의미로 쓰인다. 두 차례 만루 위기를 틀어막은 류현진이 좋은 예다.

실제로 류현진은 주자의 출루 여부에 따라 상당히 다른 투구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은 0.244이며, 9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1.34로 시즌 기록(1.22)보다 높다.

반면, 주자가 득점권에 위치하게 되면 이들 수치는 눈에 띄게 떨어진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0.219이며 WHIP 역시 0.95로 상당히 좋은 투구를 내용을 선보였다. 또한 만루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은 제로에 불과하다. 류현진의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위기’라는 뜻 자체가 애매하다. 가령 10점 차 주자 2루 상황을 놓고 위기라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득점권에서의 피안타율과 WHIP 등은 ‘위기관리능력’을 정확히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투수를 평가함에 있어 가장 많이 쓰이는 평균자책점(ERA)도 위기관리능력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한다. 같은 땅볼이더라도 안타 또는 아웃이 되기도 하며, 야수들의 수비력에 따라서도 평균자책점은 달라질 수 있다. 즉, 야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수많은 외적 변수를 평균자책점으로 설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위기관리능력’이 투수의 ‘운’에 의해 결정된다고도 한다. 류현진의 위기관리능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이버매트리션의 대부 빌 제임스가 고안한 ERC(Component ERA)라는 수치가 있다. ERC의 계산법은 상당히 복잡한데 투수가 허용한 자책점 대신 안타, 볼넷, 홈런, 사구 등 여러 수치를 보정해 만든 ‘가상의 평균자책점’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평균자책점(ERA)과 ERC를 비교해 해당 투수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평가하곤 한다. ERA보다 ERC가 높으면 운이 좋았고, ERC가 낮다면 그만큼 불운했다는 뜻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투구의 효과성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그렇다면 류현진을 어떨까. 올 시즌 2.8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류현진은 이 부문 메이저리그 공동 18위에 올라있다. 반면 ERC는 3.11로 전체 33위로 떨어진다. 결국, 류현진은 실제 투구 내용에 비해 점수를 덜 줬고, 이로 인해 훨씬 효과적인 투구를 한 셈이다. 물론 어느 정도 운이 작용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제 고작 15경기를 치른 류현진에게 소위 ‘운빨’을 논하는 것은 다소 억측일 수 있다. 아직까지는 류현진을 평가하기 위한 표본이 적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기록도 간과할 수 없지만 류현진이 맡은 임무는 따로 있다. 현재 류현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위기관리능력보다 얼마나 많은 승리를 팀에 안겨다주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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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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