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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 37’ 임창용, 조소 딛고 아메리칸 드림 감동


입력 2013.09.05 09:16 수정 2013.09.06 08:5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시카고 컵스, 5일 빅리그로 전격 승격

“나이 먹고 쓸데없는 고생” 비웃음 날려

임창용은 일각의 섣부른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 연합뉴스

임창용(37)이 마침내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입성한다.

시카고 컵스 산하 트리플A 아이오와 컵스에서 활약 중이던 임창용은 5일 리글리필드에서 낮 경기로 진행되는 마이애미 말린스전을 앞두고 빅리그로 전격 승격됐다. 컵스는 이날 우완 마이클 보든을 방출, 임창용을 엔트리에 올렸다.

이로써 임창용은 기존 추신수(31·신시내티)와 류현진(26·LA다저스)에 이어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됐다. 임창용은 지난해 여름 일본서 팔꿈치 수술을 받고 연말 컵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재활훈련과 실전등판을 해왔다.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그야말로 ‘깜짝 발탁’에 가깝다. 임창용은 이미 마이너리그를 통해 빼어난 구위와 성적을 기록했지만, 연내 메이저리그 입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올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꼴찌에 머물고 있는 컵스가 다음 시즌을 대비해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실제로 임창용은 메이저리그 각 팀의 주력 선수를 분류하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 시즌이 끝난 직후인 4일까지만 해도 임창용 대신 젊은 선수들이 대거 로스터에 합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이너리그에서 성공적인 재활과 미국야구 적응을 마친 것으로 위안을 삼고 2014시즌을 준비해야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임창용은 일각의 섣부른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컵스가 임창용을 올린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마이너리그에서 선보인 호투가 컵스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임창용이 2014시즌을 대비한 컵스의 전력구상에 포함된 존재라는 점이다.

물론 임창용이 시즌 막바지에 있는 시점에서 얼마나 기회를 얻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 성과다.

임창용이 메이저리그로 오는 길은 류현진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한다. 임창용은 류현진처럼 환대와 주목을 받으면서 평탄한 길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것이 아니었다. 첫 해외진출이었던 일본무대 도전부터 임창용은 주위의 저평가와 벼랑 끝 위기에서 이뤄졌다. 당시에도 부상전력과 슬럼프에 시달리던 임창용의 일본행을 비웃는 이들이 더 많았지만, 임창용은 보란 듯이 재기하며 일본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부활했다.

메이저리그 도전도 마찬가지였다. 팔꿈치 부상으로 야구인생의 기로에 선 임창용은 은퇴를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30대 후반에 다시 메이저리그의 문을 노크하겠다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최향남 사례를 거론하며 임창용의 도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노장선수가 굳이 성공 가능성도 낮은 마이너리그무대를 거치며 고생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임창용이 바란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었다. 야구선수로서 수많은 성공과 좌절을 동시에 맛본 임창용은 그저 은퇴하기 전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쫓은 것뿐이었다.

아직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는 못했지만 빅리거 타이틀을 얻은 것만으로 임창용의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류현진 같이 화려한 기록을 남기거나 막대한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더라도 임창용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나이나 부상, 세상의 편견에 대한 중압감으로 도전조차 하고 좌절을 느끼는 선수들에게 임창용의 잡초 같은 도전은 야구와 인생의 좋은 롤모델이 될 만하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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