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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슬두 불멸?' 두산, 홀대인가 섭리인가


입력 2013.11.27 09:05 수정 2013.11.27 09:46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두산,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문제

충성하며 ‘무한경쟁' 받아들인 베테랑들 ‘섭섭’

베테랑의 가치와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두산의 세대교체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연합뉴스

두산베어스의 최근 행보를 놓고 야구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미라클 두산'이라는 찬사를 받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불과 한 달 사이 대대적인 폭풍이 불어 닥쳤다.

19일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과의 트레이드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윤석민까지 포함하면 최근 두산이 내보낸 선수는 무려 7명에 달한다. 다른 팀이라면 주전 혹은 즉시전력감으로 충분한 자원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공신들이다.

물론 구단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FA로 풀린 3인방(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의 경우, 과열된 FA시장에서 선수들이 원하는 수준의 몸값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FA 시장에서 거액을 퍼붓기보다 내부경쟁을 통한 유망주 육성을 선호한다. 이미 정수빈, 민병헌, 김재호, 오재일 등 FA 3인방을 대체할 자원이 충분하다는 것도 두산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은 이유다.

김선우, 이혜천 등과 결별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두산은 당초 김선우에게 현역 은퇴와 함께 코치 연수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선우의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다. 따라서 두산은 트레이드보다는 방출 형식을 통해 조건 없이 김선우를 풀어줬다.

2차 드래프트에서 타 구단에 지명된 선수들의 경우, 야수층이 두꺼운 두산의 특성상 40인 보호선수 엔트리에 넣을 수 있는 자원은 한정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팀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를 우선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산이 원해서 이뤄진 변화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부분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베테랑의 가치와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두산의 세대교체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그동안 두산의 강점은 ‘화수분 야구’로 요약되는 내부 무한경쟁과 철저한 시스템 야구였다. 큰돈을 들이거나 1~2명의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도 내부 육성을 통한 끊임없는 경쟁체제는 두산이 꾸준히 성적을 올릴 수 있던 원동력이다.

그러나 시스템도 결국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두산 스타일의 야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중고참들이 세대별로 기틀을 잡아주면서 두산은 그동안 큰 시행착오 없이 화수분야구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두산은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했던 주축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했다. 후배 선수들은 과연 이런 대우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무리 팀을 위해 충성을 다해도 몇 년 후에는 떠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그런 팀이라면 몸을 사리지 않고 희생과 헌신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산베어스를 상징하는 ‘허슬두’에 자칫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거나 포스트시즌 같은 고비에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고 결정적인 찬스를 살릴 수 있는 베테랑의 경험은 젊은 선수들의 재능만으로 흉내 낼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두산은 경험 대신 젊음을 택했다. 두산이 택한 변화가 다음 시즌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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