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 '욕설 누가 뱉었나' 쌍방 과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3.28 20:43  수정 2014.03.28 21:53

28일 프로농구 KT-LG전, 전창진 감독과 제퍼슨 서로 욕들었다 주장

코트 시끄러 판단 어려워..전 감독 제퍼슨 모두 책임

부산KT 전창진 감독. ⓒ 연합뉴스

창원 LG가 지난 26일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KT를 꺾고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정작 그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은 KT 전창진 감독과 LG 데이본 제퍼슨을 둘러싼 ‘욕설 해프닝’. 3쿼터 막판 KT 조성민이 슛동작에서 파울을 얻어내며 경기가 잠시 중단된 가운데 제퍼슨이 자신에게 욕설을 뱉었다며 전 감독은 흥분해 거칠게 항의했고, 심판은 결국 전 감독과 제퍼슨에게 모두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이 장면은 경기 종료 후에도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전 감독은 제퍼슨이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고, 제퍼슨은 욕설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오히려 전 감독이 먼저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감독과 외국인 선수가 충돌하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흔히 경기 중 치열하게 신경전을 펼치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 경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풀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날은 경기가 끝나고도 양측 모두 감정의 골은 깊었다.

팬들의 반응 역시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지만, 사건의 진실은 두 사람만의 비밀로 묻힐 가능성이 높다. 둘의 대화를 제대로 들은 ‘증인’이 없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경기장 안에서 가까이 있던 선수나 심판들도 어떤 말이 오갔는지 정확히 들을 수 없었고, 중계 카메라도 둘의 충돌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둘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요약하면 유추할 수 있다.

당시 파울을 당해 쓰러진 조성민을 사이에 두고 제퍼슨이 옆에 있고, 전 감독은 조성민을 일으켜주려 다가가는 상황이었다. 제퍼슨은 파울 상황에 관해 조성민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는데 전 감독이 다가와 먼저 영어로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이점은 양쪽 모두 인정한 장면이지만 제퍼슨은 전 감독이 욕을 섞었다는 입장이다.

전 감독은 반박했다. 제퍼슨이 전 감독에게 욕을 했다고 한다. 전 감독은 제퍼슨이 자신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두 번이나 욕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물론 전 감독이 제퍼슨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자신을 향해 같은 욕을 여러 번 한 것을 당사자가 착각할 가능성은 낮다. 전 감독 말이 사실이라면, 다른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게 전 감독에게만 들리도록 도발을 한 것이니 대단히 지능적이고 악의적인 행동이다.

요약하자면 욕설공방은 쌍방 모두에게 과실이 있다.

전 감독이 제퍼슨에게 이미 쌓인 감정이 있었다. 1차전에서 조성민은 제퍼슨과의 리바운드 경합 중 코트에 쓰러져 목과 어깨에 부상을 입은 탓에 시리즈 내내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 파울을 지적하지 않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던 전 감독은 퇴장을 당해 2차전까지 나오지 못했다. 시리즈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장면이다.

3차전에서 또다시 조성민이 넘어진 상황에서 제퍼슨이 항의하는 장면은 전 감독 입장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 감독이 제퍼슨에게 소리를 친 장면 역시 잘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코트 안에서 선수와 선수끼리의 신경전은 있을 수 있어도 감독이 코트로 넘어와 상대 선수를 자극하는 행동은 어떤 식으로든 용납되기 어렵다.

전 감독은 시리즈 내내 스스로 감정조절에 실패하여 자신은 물론 팀까지도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었다. 이번 시즌 약체로 예상되던 전망을 극복하고 4강까지 올라온 KT의 기적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이 바래버린 순간이다.

제퍼슨 역시 무례했다. 욕설논란의 진실 여부는 둘째 치고 공개석상에서 상대 감독을 비방한 것은 제퍼슨 역시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행동이었다. 상대에 대한 신뢰도를 깎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전에 스스로 언행에서 양심에 어긋난 부분이 없었는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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