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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불안한 지하철은 오늘도 승객을 싣고 달린다


입력 2014.05.21 11:02 수정 2017.12.01 13:22        박민 기자

사고 때마다 반복되는 '선 사고 후 조치'

"세월호처럼 또 큰 사고가 나야 정신을 차리겠냐"

출근길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매일 700만 명. 서울의 지하철이 하루 평균 실어 나르는 승객수다. 그러나 이들의 안전은 더 이상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6시 56분경 오이도에서 당고개로 향하던 지하철 4호선 전동열차가 과천선 금정역 구내로 들어가던 중 지붕에 설치된 변압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역 건물 유리창이 부딪혀 깨졌고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번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원인은 또 '노후화'였다. 코레일 측은 20일 "사고 열차의 변압기는 1993년산 제품으로 사용한지 21년이 돼 노후화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변압기 장애를 사전에 인지했고 외국의 신기술이 적용된 비폭발성 계기용변압기로 교체하고자 지난 다섯 달 동안 성능검증을 완료했다"며 "내구연한이 20년 넘은 전동차 120량(40대)을 올해 말까지 신형으로 다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선(先)사고 후(後)조치'

사고 때마다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말이다. 지난 2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도 그랬다.

운영주체인 서울시는 '200여명 부상'이라는 큰 사고를 낸 후 ‘10대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1조8800억 원을 들여 정비, 유지·보수를 강화하고 노후화된 전동차 전량을 전면 교체(2022년까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미덥지 않다. 언제는 안전 대책이 없어서 사고가 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고가 터져야만 교체', '문제가 발생해야만 수습'하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연구위원은 "한국사회가 안전보다 경영합리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실제 20~30년 숙련된 정비 인력을 구조조정 하는 등 안전을 소홀히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레일은 최근 5년 새 5115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대부분 시설·전기·차량 등 철도 안전과 관련된 인원들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도 마찬가지다. 2007년 1만118명에 이르던 정규직은 1000여 명 줄어들었고, 전동차 정비 인원도 2년 새 200명 넘게 감축됐다. 정비 인력이 줄면서 점검 주기도 2달에서 3달로, 2년에서 3년으로 완화됐다.

게다가 안전 예산도 2010년 1301억원에서 올해 들어 375억원으로 대폭 감소됐다. 4년 만에 안전 예산이 3분의 1로 토막난 것이다.

아무리 안전 대책을 강화한들 안전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보다 경영 효율성을 따지는 속도전이 더 빠르게 진행되면 또 다시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군포 금정역 4호선 전동차 변압기 폭발사고 현장ⓒ연합뉴스
일각에선 잦은 지하철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도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설과 장비, 인력 운용, 안전관리체계 등 지하철 운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예산지원 등을 펼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시민은 "예산이 없어서 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낡고 위험한 시설을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세월호처럼 또 큰 사고가 나야 정신을 차리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철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다. 그 존재 가치가 성립하기 위해선 다른 그 무엇보다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효율성이라는 이익논리로 시민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길 기대한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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