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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고 무시 마라"…'아트버스터'의 반란


입력 2014.06.18 12:02 수정 2014.06.20 09:45        부수정 기자

대규모 홍보·마케팅 없이 입소문으로 흥행

상업 영화 봇물 속 다양성 영화 입지 '굳건'

'아트버스터'(예술+블록버스터)가 극장가에서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 ⓒ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그녀' 포스터 / 호호호비치·프리비젼 제공

"작지만 강하다."

최근 극장가에서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아트버스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아트버스터'는 예술과 블록버스터의 합성어로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예술영화를 일컫는다.

예술영화의 열풍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관객 12만2000여명, 코엔 형제 감독의 첫 번째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10만5000여명을 각각 동원하며 인기를 끌었다.

한국 영화로는 이수진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 '한공주'가 관객 16만5000명을 넘기며 선전했다. 1∼2만 관객만 돌파해도 '대박'으로 보는 예술영화계에서는 이례적이다.

아트버스터의 인기 열풍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그녀'가 개봉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지난 3월 20일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두 달 넘게 장기 흥행 중이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관객 수 76만명을 넘겼다. 개봉 첫날 58개에 불과했던 스크린 수는 개봉 10일차에 최대 233개로 확장되기도 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은곰상)을 수상한 작품.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주드로, 에드워드 노튼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름이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해 예술영화에 낯선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영화는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가 살해되면서 살인 용의자가 된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가 진범을 밝혀내는 미스터리이자 모험극이다. '예술영화는 어려울 거야'라는 선입견을 깨줄 만큼 이야기가 단순하다.

독특한 의상과 아기자기한 소품 등으로 빚어낸 영상미가 뛰어나다. 호텔의 화려한 외관을 비롯해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 유럽 작가들의 그림까지 영화 속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그림책을 보는 듯하다.

이 영화의 홍보를 맡은 호호호비치 측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아트버스터로 불리며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았다"며 "소규모 영화들이 많은 사랑을 받는 가운데 이 같은 흥행은 국내 다양성 영화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트버스터'(예술+블록버스터)가 극장가에서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 ⓒ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그녀' 스틸 / 호호호비치·프리비젼 제공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 또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못지않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3주차에 2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소규모 개봉관,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불리한 조건에서 이룬 성과라 의미를 더한다.

영화는 제71회 골든글로브와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유명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고독한 대필 작가 테오도르로 분해 기계와 사랑에 빠진 혼란스러운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연기했다. 그는 목소리 연기만으로 제8회 로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녀'는 인간과 인공 지능 운영체제의 사랑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통해 인간 본연의 삶을 들여다본다. 영화 속 테오도르는 고독하고 외로운 '현대인'을 대표한다. 그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고 퇴근 후에는 3D 게임과 인터넷 채팅만 한다. 소통하는 사람 없이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은 영화 속 현대인의 모습에 공감하며 "인간, 사랑,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라는 평을 내놨다.

홍보를 맡은 프리비젼 관계자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했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며 "다양성 영화 마니아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들까지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흥행 요인을 설명했다.

이들 다양성 영화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규모 홍보나 마케팅 없이 흥행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이 주효했다.

호호호비치 측은 "해외에서 시작된 호평이 젊은 관객층 사이에 번졌다"며 "평일 오전 예술영화관을 주로 찾는 중년 여성들 사이에도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문화계 인사들이 SNS를 통해 영화를 추천한 것도 흥행에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프리비젼 관계자도 "국내 개봉 전부터 '최고의 아트버스터'라는 입소문이 퍼진 게 가장 큰 흥행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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