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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 살아있는 한..." 정도전이 남긴 희망


입력 2014.06.30 09:51 수정 2014.06.30 10:21        부수정 기자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정통 사극 매력 통해

현실정치 실망한 시청자, 드라마 보며 열광

KBS1 대하사극 '정도전'이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50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29일 방송된 '정도전'에서는 정도전(조재현)이 이방원(안재모)의 칼에 최후를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정도전은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이 땅의 백성이 살아있는 한, 민본의 대업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정도전이 정신을 잃을 무렵 그의 앞에는 죽은 정몽주(임호)가 나타났다. 정몽주는 정도전에게 "삼봉, 이제 됐네. 자넨 할 만큼 했어"라고 말했고 정도전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정도전의 시대는 저물어갔다.

지난 1월 초 첫 방송된 '정도전'은 정통 사극을 표방하며 출발했다. 제작진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사극'이라고 자부했다.

'정도전'은 조선을 설계했지만 끝내 이상을 이루지 못하고 정적 이방원의 칼에 죽고 마는 삼봉 정도전(1342~1398)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렸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하사극 '용의 눈물'이 왕을 둘러싼 권력 투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정도전'은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고자 했던 위대한 정치가 정도전을 집중 조명했다.

'정도전'은 제작 기간 2년, 제작비 135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사실 방송 전에는 성공을 거두리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간 KBS1이 선보인 대하사극 '근초고왕', '광개토태왕', '대왕의 꿈' 등이 시청률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KBS1 대하사극 '정도전'이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종영했다. ⓒ KBS

지난 1월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강병택 PD는"'정도전'이 정통 사극이라는 점에서 연출하는 데 부담이 되는 건 맞다"며 "최대한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그려나갈 계획이고 가장 '리얼'하게 담아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강 PD는 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화두를 던져줄 수 있는 인물로 정도전을 택했다"며 "실천하는 정치인이자 지성인으로서 정도전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현민 작가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젊은이가 현실에 벽에 부딪히며 민중의 아픔을 알고 혁명을 생각한다. 이런 '뜨거운 사람' 정도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꿈의 크기는 어느 때보다 작은 시대라고 생각한다. 정도전이 한 나라를 기획하고 세우는 과정을 보며 시청자들이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제작진의 바람은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특히 말랑말랑한 퓨전 사극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도전'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첫 방송에서 1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시청률은 점차 상승 곡선을 그렸고 마침내 경쟁작들을 제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리모콘 부대' 남성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꾸준하게 인기를 끌었다.

'정도전' 열풍은 안방극장뿐만 아니라 출판계까지 번졌다. 사극 방영 시점 전후로 10여권의 책이 출간된 것. 1997년 출간된 학술서 '정도전'을 위한 변명'이 재출간됐고 소설가 김탁환은 장편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내놓았다.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정도전'의 인기 요인으로는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호연 등이 꼽힌다. 정 작가는 사극 경험이 없는 신진 작가로 여러 단막극을 통해 필력을 인정받았다.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던 경험은 '살아있는 정치'를 그리는 데 도움이 됐다.

조재현 박영규 유동근 안재모 임호 등 중견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는 단연 돋보였다. 흠 잡을 데 없는 캐스팅이었다고 시청자들은 호응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정도전'을 통해 목표를 향해 고집스럽게 뚜벅뚜벅 걸어간 한 정치가의 아픔과 고뇌에 공감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치가 냉소의 대상이 되는 사회 속에서 '정도전'은 희망이었다. 마지막회에서 정도전이 외친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제 다시 꿈을 꾸자. 두려움과 냉소, 절망을 떨쳐라. 저마다의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품어라."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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