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뉴 패러다임] 최수영 "전한길, 시대가 낳은 비극…과대평가 정치 인플루언서"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8.17 06:10  수정 2025.08.18 09:07

최수영 정치평론가, 데일리안 인터뷰

진보·보수 새 전선, '이념'→'이익' 변화

全 '신스틸러' 역할…전대 後 영향력 감소

'보수전환설계'해야, 연말까지가 골든타임

최수영 정치평론가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한민국 보수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헌정사 두 번째로 맞이한 탄핵 정국은 국제 신뢰도 하락과 정치 불안이라는 또 다른 비극을 초래했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산업화·민주화를 이끌어 온 보수의 심장은 멈췄고, 지지자들 간의 갈등은 극심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한 정권의 실패를 넘어 사회 활력과 생산성의 저하, 도덕적 책임과 자유의 가치 훼손, 국가공동체라는 보수주의 기본 원칙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무너진 보수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데일리안은 1998~2006년 청와대 비서실에서 선임행정관과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으로 근무하며 현실정치를 경험했고, 디아이덴티티 메시지전략연구소장을 거쳐 언론에서 정치 메시지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최수영 정치평론가를 만났다.


최수영 평론가는 70·80대는 과거 '토건 보수'를, 60대는 보수와 진보로 나눠졌고 40·50대는 '개미 진보'를 상징한다며 이제는 '자산 포트폴리오'가 진보냐 보수냐를 사실상 대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튜버 전한길 씨에 대해선 "열정적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를 이겨 주류로 들어서는 일종의 '집단극화' 과정을 노리는 것 같은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음은 최수영 정치평론가와의 일문일답.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조기 대선까지 거치게 됐다. 지금 우리 사회의 '보수 대 진보' 구도가 여전히 유효한가.

"20대와 21대 대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기존의 보수~진보 구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지역(영·호남)과 이념(안보관·대북관)이 보수~진보를 가르는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세대와 자산이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2030 세대의 신보수화와 7080의 보수화에 맞서는 진보의 핵심 코어층은 4050이다. 국내상장주식 개인소유자 1410명 중 45%가 4050 세대로 집계됐다(2025년 예탁결제원 자료) 즉 7080은 과거 '토건 보수'를 대변하고 있고 60대는 보수와 진보로 나눠졌고 4050은 '개미 진보'를 상징하고 있다.


이제는 '자산 포트폴리오'가 진보냐 보수냐를 사실상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양도소득세와 관련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에서 10억으로 완화하는 세법개정안을 내놨다가 '개미 진보'의 격렬한 저항에 황급히 꼬리를 내린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한 것과 '중도보수'를 표방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향후 진보와 보수의 새 전선은 '이념'이 아니라 '이익'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4050을 계속 진영에 묶어두기 위해 경제정책뿐 아니라 이들이 강하게 요구하는 검찰·언론·사법개혁 등 이른바 개혁3법에 서두르는 정치적 기제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가 얘기한 '경제적 이해는 정치세력을 통해 관철된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한국 정치에서의 보수는 어떤 위치에 있나. 위기에 봉착해 있다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 정치에서 보수는 가장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대선 패배라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본원적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먼저 프레이밍과 네이밍 전쟁에서 진보에 완벽하게 밀리고 있다.


정치에서 프레임이란 '특정한 언어'로 '사고의 틀'을 규정하는 것이다. 거기에 계엄과 내란이라는 기름을 부음으로써 중도 싸움에서도 열세에 처했다. 프레임은 정치에서 사실상 대중을 지배하는 최상위 법전인데 이 프레임 전쟁에서 영토를 내준 셈이다.


이제는 내란에서 더 나아가 극우로 갇히고 있어 당분간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여당에 비해 야당은 △어젠다 셋팅 △정책생산 △예산투입 등 권한요소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불리함을 안고 있다. 프레임 전쟁에서 이기려면 상대의 프레임에 반박할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재구성(Reframe, 리프레이밍)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오는 8·22 전당대회를 연다. 단순한 당권 경쟁을 넘어 한국 보수의 턴어라운드를 모색할 수 있을까.

"이번 전당대회는 구조적으로 원포인트적인 성격을 안고 있어 '건너가기형' 전당대회는 안 될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대선 패배 후의 전당대회라서 미래형으로 가야 하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과 3대 특검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이라 강성 당원에게 소구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결국 이번에 들어서는 지도부는 특검(특별검사)이 마무리되는 연말을 어떻게 넘기는가와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 간의 갈등이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여부에서 존속 여부가 결론이 날 것이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이 와중에서도 보수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부족해서가 아니듯, 앞으로는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발 앞선 대비를 해야 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극우 논란 중심에 있는 전한길 씨에 대한 견해는.

"전한길 씨는 시대가 낳은 비극이다. 전 씨는 한마디로 영향력이 과대평가된 정치적 인플루언서다. 특검 출범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상황에서 강성 보수층의 정치적 허탈감을 파고들어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전 씨는 탄핵 과정에서 주목받은 언론 노출효과의 수혜자에 불과하고 그 영향력은 지난 4월 부산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그가 직접 개입했지만 참패한 것으로 이미 평가받았다. 열정적 소수가 침묵하는 다수를 이겨 주류로 들어서는 일종의 '집단극화' 과정을 노리는 것 같은데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전당대회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신스틸러'의 역할을 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영향력은 감소할 것이다."

보수가 다시 일어설 가능성이 있나. 재건을 위해 0순위로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원래 '고쳐 쓰는 것'이다. 완전하지 않은 제도이기에 항상 살피고 예비하는 것처럼 보수정치도 다시 일어서면 된다. 전환설계가 필요하다. 뒤돌아보되 돌아가지는 말자는 각오로 리셋과 리뉴얼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방해야 한다.


정치에서 공간은 회복할 수 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회복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듯 연말까지의 시간이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이제 보수·진보가 자산 소유 방식과 세대전쟁 방향으로 가는 만큼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적인 정책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세련된 보수의 모습이 필요하다. 정치에서 패배보다 무서운 건 무비전이기 때문에 수권 능력과 대안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최수영 정치평론가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금 우리 시대가 보수에게 요구하는 정신은 무엇이라 보나. 과거의 사례를 들어 배워나가고 새롭게 정립돼야 할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미국에서 보수의 대참사로 평가받았던 워터게이트 사건 때 미국 보수는 그 당사자인 닉슨을 과감하게 버렸다.


보수의 도덕적·윤리적·정치적 위기를 초래한 닉슨을 '보수의 이단아'로 규정하고 닉슨 하야 사태를 보수 정체성의 재정립 기회로 삼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실상 보수는 태도의 다른 이름이다. 새로운 보수의 방향을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의 결합으로 삼아 거리의 기동전과 생활 속 진지전을 두 축으로 꾸준하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이성보다는 감성, 결과보다는 과정, 실제보다는 태도가 우선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는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인식의 영역이다. 국민이 새로운 보수가 탄생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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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들어본들  내용없는 이야기.. 아무말 대잔치수준...
    2025.08.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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