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탄소섬유, 비철금속 등 경량화 소재 확대 불구 '철강' 지위 확고
가공성, 강도, 내식성 강화된 철강 소재 지속 개발
자동차 업계에서 ‘연비’가 중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소재인 ‘철강’이 입지가 위협을 받고 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차체 경량화고, 차체 무게를 줄이려면 기존 철강을 더 가벼운 소재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이나 탄소섬유 등 비금속 소재나,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 가벼운 비철금속이 그동안 철강이 차지해 왔던 자동차 부품을 대체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동차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재는 철강이다. 가공성·용접성이 뛰어난 전통적 특성을 갖춘 데다, 부식에 약하다는 단점도 도금을 통한 내식성 강화로 보완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소재들에 비해 경제적이란 점 때문에 자동차 업체들은 철강의 매력을 포기하지 못한다.
철강업계 역시 주요 수요처 중 하나인 자동차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자동차 산업 트렌드에 맞춰 기술과 소재를 진화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주요 자동차용 철강 제품들을 살펴본다.
자동차 외판재, 표면품질·도장성·찍힘 저항성 뛰어난 GI-ACE강·MAFE강
자동차 부품 중 양적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 외관 형태를 구성하는 ‘차체’ 강재다.
‘차체’는 사람을 태우거나 화물을 싣고, 자동차 외관 형태를 완성하는 자동차 구조의 한 부분으로, 차체에 적용된 강판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후드·도어·펜더 등 외판재와 멤버(member)류 등 내판재로 구분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타보고 싶어 하는 빨간 스포츠카는 멋진 곡선을 살려 철을 다리미질하듯 라인을 잡아 형태를 만들고, 철판 위에 페인트를 고르게 펴 바르고 광택을 효과적으로 낼 수 있는 고품질의 자동차강판을 사용해야만 진정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비단 스포츠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는 우수한 표면품질 및 성형성, 강도를 갖춘 외판재를 사용하여 자동차 내부 보호 기능과 심미적인 기능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외판재는 차의 외관을 완성하기 때문에 가공성이 탁월해야 하고, 동시에 충돌위험에 노출돼 있으므로 찍힘 저항성도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운전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외관 디자인 등 심미적인 요소가 자동차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자동차 모델별 특유의 디자인을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외판재 사용이 중요해지고 있다.
포스코는 자사 고유기술을 이용하여 용융아연도금강판(GI) 방식으로 제조하고 거기에 특수하게 표면처리를 더한 제품인 고기능강 GI-ACE를 후드 아우터(hood outer), 트렁크 리드 아우터(trunk lid outer), 펜더(fender) 등 외판재에 적용하고 있다.
GI-ACE강은 표면 결정입자를 육안으로 관측 불가능한 크기로 표면 처리한 제품이기 때문에 표면이 매끈하고 미려하다. 일반 GI와 비교해 기름때가 잘 묻지 않고 도장 선영성(차량 표면에 물체를 비추었을 때 물체의 윤곽이 왜곡 없이 뚜렷하게 보이는 정도)이 좋으며 내식성도 강하다. 따라서 도장성과 광택, 아름다움이 뛰어난 차를 만들 때에는 표면품질이 우수한 GI-ACE강을 사용한다.
국소 충격으로부터 찍힘 현상을 강력하게 막아줄 수 있는 자동차강판에 대한 바람은 모든 운전자의 희망사항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성이 있어 부품을 가공하기 쉽고, 가공이 끝나고 난 후 높은 강도를 유지하여 쉽게 찌그러지지 않으며, 쉬운 도장으로 아름다운 외판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자동차강판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강도와 성형성, 표면의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외판재다운 외판재’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고, 그간 수많은 시도와 실험 끝에 소부경화(bake hardening) 기술을 적용해 강도·연성·도장성 모두 우수한 외판재를 만들어냈다.
MAFE(Micro Alloy Free for Exposed)강은 포스코가 만든 BH강(Bake Hardening Steel·소부경화강)의 하나로 항복강도(재료에 일정한 힘을 가했다가 제거해도 원래 형태로 돌아올 수 있는 최대의 힘)가 높아 국소 부위 충격에 견디는 강도가 10% 정도 높고 도금 표면 품질이 우수하다.
MAFE강은 항복강도를 높이기 위해 약 170℃에서 20여 분간 구워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강도가 상승하는 원리를 이용한 제품이다. 구워서 강화한다는 의미의 BH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성형성이 좋고, 국소 부위 충격을 견디는 힘이 우수해 후드 아우터·도어 아우터·펜더 등 외판재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도어·후드·펜더 등이 외부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돌이 튀어올라 부딪히는 등 국소 충격에 견디는 강도가 10% 높아졌다는 것은 가벼운 충격이나 스크래치를 방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MAFE강의 외판재 적용은 자동차 운전자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 내판재, 가공성·강도 뛰어난 DP강·CP강· TRIP강· TWIP강· HPF강
내판재는 주로 차체 내 공간에서 사람을 태우거나 화물을 싣는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부품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가공성과 강도가 좋아야 한다. 내판재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는 AHSS의 한 종류인 DP강과 CP강, TRIP강, TWIP강, HPF강이다.
DP(Dual Phase)강은 가공이 쉽고 AHSS 중에서도 연신율이 높은 편이며 항복강도도 좋아 실 사이드 멤버(sill side members), 시트 레일(seat rail), 보강재 등 주로 내판 구조부품에 사용되며, 최근에는 도어 아우터 등 외판재로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CP(Complex Phase)강은 각과 굴곡이 많은 부품을 만들거나 안전을 위한 차체 보강재로 많이 사용되는 소재다. 인장강도가 1180㎫에 이르며 굽힘 가공성이 좋고 항복강도가 높아 충격을 잘 이겨내야 하는 자동차 하부의 강화부품이나 가공이 경미한 보강재에 적용된다. 주로 실 사이드 패널(sill side panel), 범퍼 레일(bumper rail), 도어 임팩트 바(door impact bar) 등 강화기능이 필요한 부품에 적용되며 AHSS의 대표 ‘안전’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형상이 복잡해 높은 성형성이 요구되는 부품에는 TRIP(TRansformation Induced Plasticity)강도 사용된다. TRIP강은 DP강 및 CP강 대비 연성이 높아 성형성이 우수하고 충격에너지 흡수 능력이 좋다.
최근 포스코는 해외 자동차사와 공동으로 1㎬ 이상의 인장강도와 높은 연신율을 가지는 기가(㎬)급 TRIP강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자동차사의 경량화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고유기술로 개발한 제품인 초고강도강 TWIP(TWinning Induced Plasticity)은 강도가 높으면서 연성이 뛰어나 한 금속 안에 병존하기 힘든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갖춘 놀라운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연성이 높아 가공이 쉽기 때문에 복잡한 형태의 부품 성형에 용이하고 충격에너지를 잘 흡수한다. 따라서 이러한 성질이 요구되는 필러(pillar), 프런트 사이드 멤버(front side member), 범퍼 빔 등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HPF(Hot Press Forming)강은 90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 후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해 인장강도 1.5㎬ 이상의 초고강도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센터 필러 리인포스(center pillar reinforce), 프런트 사이드 멤버 등 높은 충돌성능이 요구되는 부품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자동차사의 고강도화·경량화 요구에 잘 부합하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섀시’ 강재, 내구성, 내식성 강한 FB강·DP강
섀시는 서스펜션(suspension), 조향장치(steering), 제동장치(brake) 등 주행에 필요한 장치로 구성되며, 자동차 바퀴와 브레이크, ABS(Anti-lock Brake System) 등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F1경기에서 가속 외에도 안정적인 코너링이나 과감한 드리프트, 제동 시 조향 등이 중요한데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섀시다.
또한 다카르 랠리(Dakar Rally·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자동차 경주)에서 고르지 않은 노면을 장시간 주행할 때 승차감과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고속 주행 시 차고를 낮추고 공기저항을 줄이는 등 노면 상태와 운전 조건에 따라 주행안정성과 승차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섀시는 차체 제어·균형 유지·충격 완화 등 자동차 구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부품의 내구성, 내식성, 강도 및 성형성 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포스코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다양한 첨단 고강도강(AHSS)을 공급하고 있다. 섀시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AHSS 제품으로 FB강·DP강 등이 있다.
FB(Ferrite-Bainite)강은 구멍 확장성이 우수하여 깨짐 없이 변형하기 때문에 상하좌우 진동 및 방향조절 기능을 하는 부품용 소재로 주로 적용된다. 특히 섀시의 부품 중 주행 시 노면 충격과 높낮이, 각도 변화, 진동을 흡수하는 로어 암(lower arm)과 휠 디스크(wheel disk) 및 림(rim), 그리고 서스펜션의 경량화와 스티어링(steering·자동차의 진행방향을 바꾸기 위한 장치) 성능을 높이는 후륜 현가장치에 사용된다.
자동차가 좌우로 움직이는 것을 억제하는 스태빌라이저를 지탱하는 ‘크로스 멤버(cross member)’를 만드는 데는 내구성과 굽힘성을 두루 갖춘 소재가 필수적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크로스 멤버용 소재로 DP강을 공급하는데, DP강은 인장강도가 최소 980㎫에 이르며 연성도 뛰어나 해당 부품의 소재로 적격이다.
환경·안전 중시… 시장변화 맞춰 소재 개발·공급 확대
현재 자동차시장에서 요구하는 조건은 경량화와 안전성이다. 이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규제, 연비 권장 기준, 충돌법규 강화 등 자동차 제조환경의 변화를 반영한다.
통상적으로 차체 중량이 10% 감소하면 연료 소모는 8%, 탄소배출은 4% 감소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자동차 소재 적용에도 변화가 진행 중이며, 그중 AHSS는 고강도·경량화 등 자동차 시장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주도해나가는 자동차 소재다.
포스코 관계자는 “독자기술로 개발, 생산한 자동차 신소재를 통해 전 세계 일류 자동차사에 공급을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 신기술 개발을 통한 경량화와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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