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여유 있게 통과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회 야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홍콩에 12-0으로 앞선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이미 1위를 확정한 상황에서 최약체인 홍콩전은 한국 입장에서 쉬어가는 경기에 불과했다.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인 홍성무를 홍콩전 선발로 내세우며 여유를 보였다. 홍성무는 4이닝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이어 그동안 등판하지 않았던 봉중근과 임창용도 홍콩전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1이닝씩 가볍게 몸을 풀었다. 대표팀 더블스토퍼인 두 투수의 등판은 준결승과 결승전을 대비한 워밍업의 성격이다. 대표팀은 유원상까지 4명의 투수가 7이닝을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이번 대회 20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다.
한국은 이미 태국과의 1차전을 15-0으로 이겼고, 대만과의 2차전도 10-0으로 완파했다. 홍콩전까지 세 경기에서 37점을 얻는 동안 단 1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한 번도 9회까지 치른 경기는 없었다. 모두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하며 한국은 이렇다 할 고비라고 할 순간도 전무했다. 마치 아이들이 노는 유소년 야구장에 어른이 와서 시합을 한 꼴이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확신했지만, 정작 이 정도로 일방적인 실력 차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총 8개국이 참가한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그나마 한국의 대항마로 꼽히던 대만이 내부 잡음 때문에 최상의 선수구성에 실패하며 한국의 독주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한국은 준결승(27일)에서 중국을 상대하고 결승전(28일)에서는 대만-일본의 승자와 격돌한다. 일본은 프로 선수 없이 사회인야구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팀이다. 대만은 한국과의 예선전에서 호투한 천관위를 비롯해 후즈웨이, 장샤오칭 등 주력투수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과의 격차는 뚜렷하다는 평가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전승 우승 가능성이 매우 유력해진 상황이다.
굳이 옥에 티를 꼽자면 오히려 조별리그를 너무 손쉽게 통과하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싱거운 경기가 이어지면서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준비한 카드를 제대로 점검할 기회가 있었다. 1~2점차 박빙의 승부에서 대타나 주루 작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백업 멤버들의 역할이나 필승조의 불펜 운용 등은 굳이 고민해볼 필요도 없었다.
결승전까지 계속 이렇게 경기가 초반부터 잘 풀리기만 한다면 다행이지만 토너먼트에서 예상 밖의 접전이 벌어질 경우, 그동안 손쉬운 경기에만 익숙해진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예선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으나 토너먼트에서 의외의 진땀승부를 펼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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