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도 양궁도' 손연재 앞에 크게 튀어 오른 복병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4.09.27 09:32  수정 2014.09.27 11:33

세계선수권 예선-결선에서 덩센유에에 근소한 우위

아시안게임 앞두고 안방의 폭발적 응원 역효과 우려

정작 손연재에게 복병은 덩센유에 보다 인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게티이미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는 손연재(20)가 2014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다.

손연재는 27일 오전(한국시각) 터키 이즈미르서 열린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결선에서 총점 70.933점(곤봉 17.800, 리본 17.833, 후프 17.950, 볼 17.350)으로 최종 4위에 올랐다.

지난해 키예프 세계선수권에서 5위에 올랐던 손연재는 자신의 역대 최고성적을 세웠다. 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이는 덩센유에(69.766점5위)와의 라이벌전에서도 기선을 제압, 인천 아시안게임(10월1일~2일) 진검승부를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했다.

여느 해 같으면 세계선수권대회가 한 시즌 결산하는 최고 무대이자 선수로서 궁극의 목표로 삼는 대회겠지만 올해만큼은 손연재에게 세계선수권대회는 인천아시안게임이라는 메인이벤트를 앞두고 치르는 전초전이자 최종 모의고사 성격이 짙다.

비록 개인종합 결선에서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이미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고, 개인종합 예선에서도 메달권에 근접한 순위인 4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하는 중국의 덩센유에와의 맞대결에서 예선과 결선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것도 고무적인 결과다. 이쯤 되면, 손연재에게 메인이벤트가 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큰 실수만 피한다면 금메달 획득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작 복병은 덩센유에 보다 인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지켜보면, 가장 먼저 매진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손연재에게도 ‘홈 디스어드밴티지’라는 새로운 복병이 나타날 수 있다. 손연재에게 집중되고 있는 기대와 관심이 오히려 손연재의 멘탈 매니지먼트에 독으로 작용,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수영의 박태환을 비롯해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기대했던 스타급들 여러 명이 금메달을 놓치거나 메달권에도 들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수영 3관왕 3연패를 노렸던 박태환의 경우, 3관왕 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2006 도하 대회와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우승했던 자유형 200m와 400m 가운데 한 종목에서만큼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박태환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박태환은 지난 23일 문학박태환수영장서 열린 대회 400m 결승에서 3위로 들어온 직후 인터뷰에서 “관심이 너무 집중되고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다 보니 사인 요청을 많이 받는 등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내가 이겨내야 할 문제였지만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마이클 볼 코치 역시 박태환에 대해 “홈에서 이런 국제대회가 열린 적이 없어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지만 힘이 많이 들어갔다”며 “부담감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고 언급, 홈 그라운드라는 환경이 박태환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음을 지적했다.

26일 중국에 충격의 패배를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남자양궁 단체전의 경우도 홈 디스어드밴티지의 영향에서 자유로웠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대회 2주 전 갑자기 적용된 ‘세트제’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2012 런던올림픽을 비롯한 숱한 국제대회를 석권해온 우리 양궁 대표팀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날의 패배를 세트제 영향으로만은 볼 수 없다.

오히려 안방서 치르는 대회에서 ‘양궁은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일반 국민들의 기대가 선수들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부담을 갖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홈 그라운드라는 환경은 대중들의 기대를 크게 받지 못하는 종목의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성취동기로서 작용할 수 있지만, 언론과 팬들의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스타급 선수들에게는 스트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손연재는 박태환과 함께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의 ‘얼굴’과도 같은 선수다.

홍보대사로서 많은 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손연재의 높은 대중적 인기를 감안할 때 손연재의 리듬체조 금메달은 분명 대회 막바지 한국선수단은 물론 인천아시안게임 전체 분위기를 띄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심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손연재는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중압감은 경직된 연기와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손연재 특유의 멘탈 매니지먼트로 심리적 중압감을 이겨내고 홈 그라운드라는 환경을 ‘어드밴티지’로 이용할 수 있느냐가 목표 달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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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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