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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멜로의 계절? 뻔한 공식 깨진 극장가


입력 2014.10.09 10:10 수정 2014.10.09 10:14        부수정 기자

감성 자아내는 사랑 이야기 다룬 영화 드물어

'제보자'·'맨홀'·'나의 독재자' 등 장르 영화 풍성

영화 '제보자'가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슬로우 비디오'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박해일 설경구 주연의 '나의 독재자'도 이들 영화와 마찬가지로 10월 개봉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 플러스엠·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최민식 주연의 '명량'이 여름 극장가를 휩쓸었다면 올가을 극장가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공포·휴먼 드라마·진실 추적극 등 각양각색의 영화가 출격하면서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가을 극장가의 단골 메뉴인 멜로물은 한 두편만 극장에 걸리는 게 특징이다.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일 박스오피스 1위는 임순례 감독의 '제보자'다. 전날 6만 1159명을 모아 누적 관객수 81만3366명을 기록했다.

'제보자'는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 영화다. 줄기세포 스캔들의 실체를 파헤치면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남쪽으로 튀어'(2013)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등을 만든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박해일 유연석 이경영 등이 출연했다.

영화사 측은 "영화가 주는 강한 울림이 인기 요인"이라며 "배우들의 호연과 감독의 섬세한 연출 또한 흥행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의 미덕은 줄기세포 스캔들이라는 다소 복잡한 사건을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것이다. 113분이라는 긴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사건을 속도감 있게 그려내 영화 중반부에는 심장이 쫄깃해진다.

관객들은 "웬만한 스릴러 영화보다 재미있다",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이 있다", "시사하는 바도 크고 마지막에는 여운도 남는다"고 영화평을 남겼다.

2위는 차태현 남상미 주연의 '슬로우 비디오'다. 같은날 3만9372명을 모아 누적 관객수 73만6429명을 기록했다. '제보자'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영화는 남다른 시력을 지닌 주인공이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가 돼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차태현 외에 남상미가 출연했고, 김영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차태현의 명불허전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다.

공포물 '맨홀'과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이 10월 개봉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UPI KOREA 제공

영화 홍보사 측은 "뜨거운 입소문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며 "'헬로우 고스트'(2010)의 흥행콤비 김영탁 감독과 차태현의 유쾌한 호흡이 감동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상큼한 멜로물로는 신민아 조정석 주연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유일하다. 8일 예매율 20.7%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영화는 1990년 개봉한 이명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2014년판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었다.

앞서 기자시사회에서 공개된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이다. 특히 그간 흥행 부진에 시달렸던 신민아는 물 만난 고기처럼 캐릭터와 딱 들어맞는 연기를 펼쳤다.

정우성 이솜 주연의 19금 치정 멜로물 '마담 뺑덕'도 개봉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또 다른 한국 영화로는 공포물 '맨홀'(8일 개봉)과 드라마 '나의 독재자'(개봉일 미정)가 포진돼 있다. 정유미 정경호 주연의 '맨홀'은 거미줄처럼 얽힌 지하 세계인 '맨홀'을 지배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납치된 자들의 목숨을 건 생존게임을 그린 도심 공포 스릴러.

맨홀이라는 새로운 소재와 가을 시즌에 개봉하는 공포물이라는 점에서 색다른 공포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보사 측은 설명했다.

'나의 독재자'는 말이 필요 없는 배우 설경구와 박해일이 출연하는 작품이다.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굳게 믿는 남자와 이런 아버지 때문에 인생이 꼬인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의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외화로는 판타지 소설 원작 영화 '메이즈러너'가 누적 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할리우드 공포영화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은 예매율 17.1%를 나타내며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뒤를 이었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술탄의 침략으로부터 고통받는 백성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둠의 존재가 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다뤘다.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의 루크 에반스가 출연했고 '다크 나이트', '인셉션'을 제작한 유명 제작진이 가세했다.

지난 2월 25개국에서 개봉해 오스트리아, 벨기에, 멕시코 등 전 세계 16개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일 개봉한 공포영화 '애나벨'도 복병이다. '컨저링'의 1년 전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선물 받은 인형에 얽힌 기이한 현상과 마주하게 된 가족의 이야기다. 영화 만듦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50만명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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