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뒤끝 없는 강정호 '제2의 이치로' 깰까


입력 2014.12.22 09:34 수정 2014.12.22 09:39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일본 최다안타왕 유격수 니시오카 MLB서 좌절

“부족한 기량 마인드로 보완하고 생존” 낙관론도

강정호의 또 다른 강점은 강인한 멘탈이다. ⓒ 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야수들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강정호(27·넥센)는 21일 목동구장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넥센은 지난 20일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강정호의 몸값으로 제시받은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역대 한국 선수 중 류현진(LA다저스)의 2573만7737달러33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액수다.

아시아 야수로는 2000년 스즈키 이치로(1312만5000 달러), 2010년 니시오카 츠요시(532만9000 달러·이상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강정호의 가치가 미국 야구시장에서도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넘어야할 벽이 많다. 일단 포스팅에서 최고입찰액을 제시한 구단과 협상을 시작해야한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김광현처럼 다시 국내무대로 유턴하게 될 수도 있다. 연봉과 계약기간은 물론 입단 첫해 메이저리그 보장과 포지션 문제 등도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 한국인 야수들에게 메이저리그는 말 그대로 '꿈의 무대'로만 여겨져 왔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등 코리안 메이저리거 1세대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투수들이었다.

야수로서 메이저리거로 한 시즌 이상 활약한 것은 최희섭과 추신수 정도다. 그나마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버티지 못했다. 추신수는 한국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성장했고, 포지션도 강정호와는 전혀 다른 외야수다.

강정호는 한국인 타자, 그것도 내야수 중에서는 역대 최초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한국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대급 레전드들도 감히 시도조차 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강정호가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이 그러했듯, 강정호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 야수들이나 한국야구계에도 중요한 선례로 남을 수 있어 책임감이 더 크다.

아시아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한국보다 야구 수준이 더 높고 더 많은 메이저리거들을 배출했던 일본에서도 내야수로 빅리그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드물다.

강정호와 포스팅금액과 포지션을 놓고 비교대상에 오르는 니시오카의 경우, 일본야구계에서 한때 '제2의 이치로'라고 불릴 만큼 호타준족의 공격형 유격수였다.

니시오카는 지난 2010년 퍼시픽리그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에 오르고 포스팅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71경기 타율 0.215 50안타 20타점 2도루라는 처참한 성적만을 남긴 채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일본으로 유턴했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메이저리그가 요구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강정호 역시 깊이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니시오카는 일본에서 골든글러브를 3회나 수상하는 등 손꼽히는 수비수였음에도 정작 메이저리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강정호는 공격력 면에서는 역대 최고로 꼽히지만 유격수 수비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포지션을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격형 유격수'로서의 희소성이 사라진다. 파워나 장타력만 놓고 보면 미국에 강정호보다 뛰어난 선수들은 많다. 결국, 공격뿐 아니라 수비와 체력 면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보여줘야 자신의 포지션을 지킬 수 있을 전망이다.

알려지지 않은 강정호의 또 다른 강점은 강인한 멘탈이다.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고 노력파이기도 하지만,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으며 주변의 여론에 쉽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중하고 대범한 면모도 갖추고 있다.

강정호는 2014 한국시리즈 당시 수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릴 법도 했지만 팬들의 반응을 받아들였다. 골든글러브에서 수상 때나 구단과의 연봉협상 때도 별다른 감정 기복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아시아계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적응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했을 때, 강정호의 뒤끝 없는 쿨한 성격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정호가 한국인 최초의 유격수 메이저리거로 빅리그에 당당히 입성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경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