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협상 테이블, 마이너 거부권보다 중요한 것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12.24 11:02  수정 2014.12.24 14:04

마이너 거부권 고집하기 보다는 퍼포먼스 옵션이 중요

구단 부담스러워하는 거부권 요구할 경우 보장 연봉 줄수도

강정호는 피츠버그와 입단 협상을 벌인다. ⓒ 넥센 히어로즈

넥센의 유격수 강정호(27)가 본격적으로 피츠버그와 협상에 나선다.

피츠버그는 2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강정호에 대한 단독 교섭권을 획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피츠버그가 내민 포스팅 액수는 500만 2015달러(약 55억 원).

이로써 피츠버그는 한 달간 강정호 측과 입단 협상을 벌인다. 강정호의 에이전시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빅터 마르티네즈(디트로이트) 등 특급 선수들을 보유한 ‘옥타곤’이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포스팅비는 건네지 않아도 되며, 강정호는 일본행 또는 넥센에 잔류하게 된다.

강정호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앨런 네로는 포스팅에 앞서 "계약기간 3~4년에 연평균 500만 달러의 연봉을 희망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포스팅 액수를 감안하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연봉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에이전트의 뜻대로 계약이 성사될 경우 강정호는 포스팅비 포함, 투자 총액 2000만 달러 이상의 거액 몸값 선수가 된다. 이는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 피츠버그에서 최상위권 몸값에 해당된다.

옵션은 보장연봉 만큼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특급 선수들은 MVP나 사이영상 투표 순위는 물론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등과 같이 수상에 따른 보너스 계약을 따로 맺기도 한다. 과거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부 일본인 투수들(마쓰자카, 다르빗슈)은 집은 물론 차량, 통역사, 개인 트레이너 등을 약속받았다.

이는 몇 안 되는 특급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옵션이지만 강정호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옵션을 붙일 수 있다. 출장 횟수나 타석수 또는 홈런 개수 등은 현실적으로 강정호가 얻을 수 있는 옵션들이다.

다만 옵션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 특히 선수 동의 없이 마이너리그에 강등시키지 않는 거부권이 그것이다.

지난 2012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류현진이 이 조항을 놓고 협상 마감 시한까지 줄다리기를 펼친 일화가 유명하다. 메이저리그는 로스터 운영을 25인 내에서 빡빡하게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마이너 거부권’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반면, 류현진과 같이 미지의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디디는 선수는 어떻게든 자리 하나를 보장받으려는 것이 일반적이다. 윤석민 역시 보장연봉을 낮추고 힘들게 마이너 강등 거부권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마이너 강등 거부권은 특급 FA 선수들도 계약 조항에 넣지 않는 옵션이다. 이미 거액의 몸값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이너 생활을 경험했던 이들은 자신이 부진하거나 부상 중일 때 하위 리그에 내려가 몸을 다시 만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또한 구단에서도 몸값에 따라 선수들의 대우를 달리한다. 고액 연봉자는 기대치가 그만큼 높기 때문에 부진하더라도 기회를 더 주기 마련이다. 박찬호가 텍사스 시절, 슬럼프를 겪었어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것이 좋은 예다.

피츠버그의 올 시즌 페이롤은 약 7192만 달러(약 789억 원)로 전체 30개 팀 가운데 28위에 불과하다. 올 시즌 10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단 1명도 없었고, 지난해 MVP이자 팀 내 최고의 스타인 앤드류 매커친도 연평균 1000만 달러 이하(6년간 5150만 달러)로 묶을 정도다. 이는 강정호가 충분히 팀 내에서 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혹시 모를 부진에 빠지더라도 마이너리그를 겁낼 필요는 없다. 과거 일본인 내야수였던 마쓰이 가즈오와 니시오카 츠요시 역시 부진탈출의 일환으로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후 구단들은 그들 몸값을 감안해 다시 메이저리그로 콜업시켰다.

결국 구단 측이 부담스러워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얻기 위해 보장 연봉을 낮추기 보다는 오히려 퍼포먼스 옵션에 주력하는 것이 현명한 협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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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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