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거품의 원흉, 비정상 계약금+옵션 난맥상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1.03 08:16  수정 2015.01.04 09:11

계약 총액 절반 수준에 이르는 과도한 계약금

메이저리그는 10% 이내에서 사이닝 보너스

총액 250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최정-장원준-윤성환의 계약금은 130억원에 달한다. ⓒ SK/연합뉴스

일명 ‘FA 거품’은 지난해 프로야구를 강타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프로야구는 지난 2013년 롯데 강민호가 4년간 75억원에 잔류하며 심정수의 60억원을 9년 만에 깨뜨렸다. 하지만 강민호의 최고액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년 뒤 SK 최정(4년간 86억원)과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장원준(4년 84억원), 그리고 삼성의 윤성환(4년 80억원)이 단숨에 강민호를 넘어섰다.

불펜투수의 몸값이 낮다는 말도 무색하기만 하다. 삼성의 중간계투 요원인 안지만은 심정수보다 5억원 더 많은 4년간 65억원에 계약하며 야구팬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결국 SK 나주환, 이재영까지 계약을 마무리한 이번 FA 시장은 19명 선수들의 몸값이 630억 6000만원에 달하는 역대급 돈잔치로 막을 내렸다.

특히 가장 눈여겨봐야할 사항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계약금의 규모다.

최고액 최정의 경우 86억원 가운데 계약금이 무려 42억원에 달한다. 이는 4년간 받게 될 보장연봉(44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장원준 역시 40억원의 계약금을 기록했고, 윤성환(계약금 48억원)은 아예 총액의 절반을 넘고 있다.

올 시즌 이들 ‘빅3’의 연봉은 10억원(최정, 장원준) 또는 8억원(윤성환)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최정만이 2017년부터 12억원으로 오르지만 나머지 2명은 앞으로 4년간 같은 연봉을 받게 된다. 이는 연평균 20억원대 몸값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계약금은 미국 메이저리그 또는 일본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규모다. 먼저 메이저리그의 경우 대개 계약 총액의 5~10% 정도만을 사이닝 보너스로 매긴다. 하물며 이 사이닝 보너스는 협상을 이끌어낸 에이전트들에게 주는 것이 다반사다.

LA 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5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가 책정됐다. 거액 몸값을 자랑하는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7년간 2억 1500만 달러)와 잭 그레인키(6년간 1억 4700만 달러) 역시 각각 10%에 못 미치는 1800만 달러와 1200만 달러가 계약금이다.

일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이대호는 3년간 14억 5000만엔의 대박을 터뜨렸고, 이 가운데 계약금은 5000만엔에 불과했다. 일본 내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요미우리의 아베 신노스케는 단년 계약이라는 특수성을 띄지만 계약금이 아예 없는 것이 눈에 띈다.

계약금(사이닝 보너스)은 말 그대로 계약한 선수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건네주는 일회성 인센티브다. 물론 계약금의 규모가 얼마라고 정해져있지는 않다. 구단과 선수, 양 측의 합의에 의해 형성될 뿐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계약 총액과 비교했을 때 계약금을 소폭으로 책정하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포츠는 부상과 부진이라는 예기치 않은 불확실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선수가 부상 등으로 당장 은퇴할 경우 보장연봉은 지급하지 않아도 되지만 계약금은 오롯이 주어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도 얼마 전만 하더라도 계약금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심정수가 60억원 중 계약금을 20억원이나 받아 논란이 크게 일었던 것이 불과 10년 전 일이다. FA 광풍의 시작으로 일컬어지는 2012년 넥센 이택근도 총액 50억 원 중 계약금은 16억 원이었다.

하물며 올 시즌부터 연평균 20억원대의 초고액 몸값이 된 최정, 장원준, 윤성환의 계약에는 옵션조차 매겨져 있지 않다.

심정수의 계약만 하더라도 삼성은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옵션을 각각 10억원씩 걸었고, 실질적으로 선수가 가져간 돈은 49억 5000만원에 그쳤다. LG 박용택 역시 첫 번째 FA 계약 당시 보장금액이 총액의 50%가 안 됐지만 이를 악물고 옵션 대부분을 충족시킨 사례가 있다.

해마다 치솟는 FA 몸값을 잡기 위해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계약을 맺는 당사자는 구단과 선수다. 과도하게 계약금을 안겨주고 옵션조차 매기지 않는 현 상황에서 그 어떤 묘안이 나오더라도 거품을 없앨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단들 스스로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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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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