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청년주간 맞아 '일자리' 강조…청년실업 출구, 기업 몫으로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9.18 00:05  수정 2025.09.18 00:05

창업·농업·취업 전방위서 '청년 접촉면' 넓혀

스타트업 청년들에 "실패해도 재도전" 강조에

전날에는 기업 대상 '청년 채용 확대' 특별 요청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에 기업 경영은 위축 우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 주간을 맞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국무회의에서는 기업들을 향해 '청년 신규 일자리 창출'이란 특별 요청까지 내놨으며, 청년들과 연속해 만남도 이어갔다. 청년을 중심에 둔 대통령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 해법의 무게는 기업의 채용 의지에 실리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대기업을 상대로 청년층에 대한 신규 채용을 호소했다. 이어 이날은 청년 창업가들을 만나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청년주간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드러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주간은 오는 20일 '청년의 날'을 앞두고 청년 정책에 집중하는 일정이다. 특정 세대에 초점을 맞춰 대통령실이 일정을 진행하는 행보는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청년주간은 정부가 청년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일자리와 주거 문제에 집중하는 취지를 담고 있으며, 청년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겠다는 중장기적 의지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의 지표는 녹록지 않다. 통계청 '2025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2896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6만6000명 늘었지만, 청년층인 15~29세 취업자는 오히려 21만9000명 줄어 청년층의 '고용 한파'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30대 '쉬었음'이 32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이 늘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로 8월 기준 규모로 역대 최고치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3000명이 줄었으나 여전히 40만명 대로 43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청년 고용 악화 흐름 속에서, 이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주는 '청년 주간'"이라며 "청년 취업 역량 강화 지원책을 확대하고,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특히 미래 성장 동력 확충과 연계한 일자리 확대 정책을 꼼꼼하고 세심하게 추진해 줄 것을 강조했다"고 덧붙이며, 청년 고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또한 국무회의에서는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청년층 취업자는 16개월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청년 고용난과 관련해 "우리 기업에 특별한 요청을 드릴까 한다"고운을 뗐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기업들의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팀 코리아'의 정신으로 통상 파고를 정부와 힘을 합쳐서 극복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청년 고용난' 고비도 넘을 수 있도록 힘을 합쳐주길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청년 신규 일자리 창출은 꼭 필요한 일"이라며 "청년·기업·국가 모두가 윈윈하는 경제 성장의 새 물꼬를 트자는 간곡한 당부의 말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듭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 확대는 기업의 경영 환경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금리·고환율,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투자와 채용 여력이 줄어든 데다,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 개정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청년 신입 채용만 늘리라는 요구는 정치적·사회적 부담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권에서도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이 채용 확대보다 방어적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꾸준히 경고해 왔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당일 최은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앞으로 기업들은 미래의 비전을 그리기보다 파업 일정을 챙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 "이는 곧 대한민국을 노사 갈등과 진영 대결로 끊임없이 흔들리는 불안정한 국가로 몰아가는 길"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나아가 "심지어 MZ세대 노동자들조차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피해자는 다름 아닌 청년과 미래 세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제조업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되며, 기업의 해외 이전은 더 빨라질 것이다.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 모두가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박형수 의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은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불법 파업을 조장해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자리 훼손법이자 경제 폭망법" "소위2차 상법개정안도 기업의 성장,지배구조를 왜곡하고 외국 자본의 경영권 탈취 위험 등 대표적인 기업 옥죄기 법"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을 의결한 바 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이은 추가 개정안으로,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은 윤석열 정부 당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법안 중에 하나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불법파업 노동자에 대해서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강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은 법률안이 공포된 날로부터 6개월 후 시행한다.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은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거쳐,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주도로 각각 지난 24일과 25일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청년 행보는 현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세종시에서는 '청년들의 기회와 희망, K 농업에서 펼치다'라는 주제로 청년 농업인을 초청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대통령은 복숭아 농원을 찾아 직접 가지치기 작업에 참여하며 현장을 체험했다. 청년 농업인들은 정착지원금 지급, 연구개발(R&D) 지원 등 현실적인 요구를 쏟아냈다. 이후 이 대통령은 X(구 트위터)에 "농업·농촌은 쇠락의 상징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이라며 "우리 청년들이 K 농업을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며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성남 스타트업스퀘어에서 열린 '청년 창업 상상콘서트'에서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1조원 규모의 재도전펀드 조성 계획을 언급하면서는 "1조원을 해놨는데 사실 조금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40조원 벤처 투자 시장 실현' 등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폭넓은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이 청년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음에도, 정치권 일각에선 청년 일자리 문제의 본질이 여전히 기업을 둘러싼 제도적인 제약에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업이 바라는 제도 개선이나 노동시장 개혁이 없는 상황에서는 청년 일자리 문제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법들은 그대로 두고 채용 확대만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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