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고 끈적끈적' 이란, 녹슬지 않은 트레이드마크
아르헨티나까지 위협했던 ‘이란 축구’ 아시안컵 첫 경기 완승
한국에 미운털 박힌 케이로스 감독의 탁월한 관리능력 빛나
FIFA랭킹 아시아 1위(51위) 이란의 저력은 녹슬지 않았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이란은 11일(한국시각) 바레인과의 ‘2015 아시안컵’ C조 1차전을 2-0 완승으로 장식했다. 지켜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짜증나고 재미없는 축구지만, 이란이 강하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란 특유의 끈적끈적한 수비축구는 이날도 여전했다.
점유율을 포기하고 자기 진영에 웅크리고 있다가 세트피스나 역습에서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상대의 심장을 노리는 치명적인 한 방은 이란의 트레이드마크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한국은 물론 본선에서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도 한때 벼랑 끝까지 몰아넣었던 저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레인전에서 기록한 2골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다. 이날도 볼 점유율이나 패스, 유효 슈팅 등에서 모두 바레인보다 열세였지만 경기를 주도한 쪽은 이란이다. 바로 이런 이란 스타일 축구에 벌써 여러 번 골탕 먹었던 한국 축구대표팀 입장에서는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란 축구를 설명할 때 케이로스 감독의 노련한 용병술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주먹감자’ 사건 이후 미운털이 박혔지만, 호불호를 제외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대표팀에서 지도자로서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거칠고 다혈질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이란의 한정된 선수층과 축구협회의 빈약한 지원에도 철저한 실리축구로 이란 축구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제대로 된 평가전을 몇 차례 치르지 못했고 적지 않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는 악재 속에서도 이란 축구의 조직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은 케이로스 감독의 뛰어난 선수단 관리 능력과 무관하지 않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우승후보로 평가하는 전망에 손사래를 친다. 월드컵 이후 제대로 된 대표팀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신의 재계약 문제를 놓고도 오랜 시간을 지체했을 만큼 내부적인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컵 성적과 상관없이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축구협회에 크게 실망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란은 여전히 이기기 어려운 상대라는 것이 바레인전을 통하여 드러났다.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이란은 언젠가 8강 이후 반드시 넘어야할 벽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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