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졌지만 '부활' 천정배, 야권재편 바람불다
4.29재보선 결과, 정동영 '낙선' 천정배 '당선' 희비 교차
야권거물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이번 4.29재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냈던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서울 관악을)와 천정배 무소속 후보(광주 서구을)의 얘기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20.09%, 오후 11시 현재)는 새누리당 오신환(43.81%),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34.33%)에게 밀리면서 '패배의 잔'을 들었다. 반면 천 후보(52.37%)는 호남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새정치연합의 조영택 후보(29.80%)를 따돌리고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16대 국회 당시 '정풍(整風)운동'으로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삼총사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의 일원으로, 재보선 출마를 위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는 등 '닮은꼴 행보'를 보였던 두 인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야권재편의 '변방(정동영)'과 '핵심 키(천정배)'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의 출발은 같았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중심으로 친노(친노무현)계로 재편된 새정치연합이 야권으로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하고 야권재편의 꿈을 키웠다. 이후 두 인사는 '철새정치인', '야권분열의 씨앗'으로 비판받았다.
실제 정 후보는 1996년(15대 국회) 정치권에 발을 들인 후 당적(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국민모임) 및 지역구 바꾸기(진주 덕진→서울 동작을→서울 강남을→서울 관악을)를 각각 4번씩 했다. 정 후보와 같은 시기에 정치에 뛰어든 천 후보도 경기 안산 단원갑에서 내리 4선을 지냈으나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의원직을 내려놓은 뒤 지역구가 여러 번 바뀐다.
천 후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 경선에서 낙마한 후 4.11총선서 서울 송파을(낙선), 7.30재보선서 광주 광산(공천 탈락)을 거쳐 4.29재보선에서는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다. 특히 두 사람이 출마를 택한 지역구들은 야권성향이 강한 곳으로 소위 '야권의 텃밭'으로 불리는 곳들이다. 그러나 인지도 있는 두 사람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의 '어부지리 당선'이 점쳐지기도 했다.
'새정치 심장' 천정배 당선…야권재편 바람불까
닮은 꼴인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린 것은 준비과정에서의 차이로 분석되고 있다. 정 후보의 출마는 '갈지자(之) 행보'로 요약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정 후보는 재보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출마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그렇게 출마와 불출마 사이를 저울질하던 정 후보는 결국 출마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면 천 후보는 일찌감치 호남에서 체력을 키웠다. 4.11총선에서 낙선한 그는 광주로 내려가 "호남에서 정치를 다시 공부하겠다"며 2013년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호남에 터를 잡고 호남 민심을 두드리는 일에 착수한 것이다. 그는 당내 현안이 생길 경우, 틈틈이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정가에서는 천 후보가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심장을 차지한 만큼 야권재편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 후보가 새정치연합으로 돌아간다면 야권재편이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지만 천 후보가 야권의 역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크게 냈던 만큼 국민모임과 같은 제3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양승조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새정치연합이 광주에서 패배해 천 후보가 당선된다면 신당창당 바람이 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야권분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낙마하기는 했지만 정 후보를 야권의 대표 인물이나 역할론에서 완전히 논외로 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야권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인지도 있는 인물이라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20.09%는 정태호 후보(34.33%)의 득표율과 합쳤을 때 승부를 뒤바꿀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적잖은 수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