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양성’ 강수일, 발모제 문제였다면 기회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6.13 13:24  수정 2015.06.13 13:24

UAE전 앞두고 도핑 양성..선수생활 최대 위기

선수로서 묵묵히 제 역할 해야 기회 주어져

도핑테스트서 양성 반응을 보인 강수일. ⓒ 연합뉴스

강수일(28·제주유나이티드)의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 소식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11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서 열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평가전에선 강수일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그 시간 강수일은 입국을 준비하고 있었을 거다.

프로축구연맹은 11일 “지난 5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의뢰해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강수일이 A샘플에 대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검사 결과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는데 이는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스테로이드 일종의 약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앞에 두고 강수일은 다시 멈췄다. 예전부터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던 선수가 강수일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부족했던 골 결정력까지 발휘하면서 대표팀에서의 활약에 한껏 기대가 모였다.

강수일은 올 시즌 제주에서 팀 내 최다인 5골 터뜨리며 전력의 주축으로 올라섰다. 조심스레 이번 대표팀 합류가 점쳐졌고 역시나 슈틸리케 감독은 그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했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 아래에서 강수일은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12월 제주 전지훈련부터 해서 슈틸리케 감독은 꾸준히 그를 봐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측면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점을 강수일의 장점으로 놓고 그를 뽑았다. 평소 공격수의 활동량을 강조해온 것을 보면 강수일의 장점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강수일도 슈틸리케 감독의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커 보인다. 귀국 직후 강수일은 취재진 앞에서 스스로에게 실망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현재 휴대전화도 끄고 제주에 복귀하지 않은 채 고향인 동두천에 있다고 한다.

하필이면 A매치 데뷔전을 앞두고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운이 없기도 하다. 콧수염을 위한 ‘발모제’를 발랐고 그게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정도면 선수 개인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대부분의 선수는 바르는 약이 도핑테스트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먹거나 투여되는 것에만 민감하다. 강수일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의 행동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르는 행위 자체에 대한 경각심 없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프로축구연맹 징계 규정에 따르면 1차 위반은 15경기 출장정지, 2차 위반은 1년간 출장정지, 3차 위반은 영구 제명이다. 연맹 상벌위에 따라 징계 순위가 결정될 것인데 어쨌든 강수일이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 대한축구협회 또한 이 내용을 받아 추가 징계를 할 수 있다. 최소 6개월 이상의 출장 정지가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강수일의 축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징계 이후 다시 축구 선수로서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가진 재능과 잠재력이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고 있지만 축구공은 언제나 구르고 축구대표팀 선발 기준은 공정해 보인다. 그의 도핑 양성 반응이 발모제만의 문제였다면 다시 한 번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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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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