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늪' 지소연은 박은선이 살린다

압박 능한 코스타리카 수비, 지소연 자칫 늪에 빠질 수도

지소연에 집중될 수비 분산 효과 기대..후반 투입 유력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박은선(29·로시얀카)이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4일 오전 8시(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코스타리카와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지난 10일 브라질에 0-2로 패한 한국은 브라질(승점3)과 코스타리카, 스페인(이상 승점1)에 이어 조 최하위. 하지만 FIFA랭킹 37위로 E조에서 한국(18위)보다도 낮은 코스타리카는 확실한 1승 제물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수비라인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브라질전과 달리 코스타리카전은 무게중심이 전방에 쏠릴 전망이다. 경기를 앞두고 슈팅 훈련의 비중을 크게 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또 코스타리카 선수들 대부분은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공략 가능한 수비진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만큼, 공격수 지소연과 박은선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메시’ 지소연은 월드컵 데뷔전이었던 브라질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브라질전에서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면서 지소연을 향한 패스가 막혔고, 지소연은 한 차례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영국에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될 정도의 기량을 그라운드에서 한껏 펼치겠다는 각오다. 13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지소연은 “브라질전은 이미 지나갔다. 앞으로 180분의 경기가 더 남아있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이어 "브라질전을 마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했다. 이제 하고 싶은, 할 수 있는 움직임을 펼쳐 보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전 패배는 생각하지 않고 코스타리카전을 첫 경기로 여기고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해외 언론도 지소연에게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만큼 상대로 지소연을 경계하고 있다.

지소연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무기인 박은선도 코스타리카 골문을 겨냥하고 있다. 부상 후유증으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12년 전 월드컵을 경험한 박은선의 경험과 득점력은 코스타리카전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윤덕여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2차전은 물러설 수 없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전력을 가동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역설했다. 모든 전력을 가동하겠다는 것에는 ‘박은선 투입’ 계산도 깔려있다.

그러나 박은선의 발목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후반 교체 투입이 유력하다.

박은선의 출격은 지소연에게 집중되는 견제를 분산시키는 굵직한 옵션이 될 수 있다. 지소연이 드리블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코스타리카는 한결 수비하기 쉽다. 코스타리카 수비는 압박이 뛰어나 지소연이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지소연이 슈팅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거나 전방에서 한 템포 빠른 패스를 찔러줄 짝이 필요하다. 박은선이 나온다면 공격 분산이 가능해져 지소연에 대한 집중 수비가 풀릴 수 있다.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은 필수다. 가능하다면 다득점도 필요하다. 1승1무1패의 전적으로 와일드카드라도 손에 넣기 위해서는 골득실과 다득점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전방에 설 지소연과 박은선의 발끝이 무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