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류준열표 '츤데레 남사친'에 응답
덕선 짝사랑하는 정환 역, 폭발적 인기
남편찾기 열풍…서인국·정우 잇는 캐릭터
'츤데레'. 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은 따뜻한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다.
최근 안방극장에는 츤데레식 사랑을 표현하는 남자 주인공이 많다. 퉁명스러운 듯하지만 은근슬쩍 챙겨주는 마성의 남자. 대놓고 잘해주는 부담스러운 남자보다 강력한 '한 방'을 날린다.
무조건 잘해주고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표현하는 남자보다 뒤에서 바라봐주는 남자가 이상하게 더 매력적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여성의 마음을 뒤흔드는 결정적인 행동, 말 한마디를 무심한 척 '툭' 선보이는 게 츤데레다. '심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정환 역의 류준열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이와 비슷하다. 최근 시청률 10%(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 가구·전국 기준)를 돌파한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류준열이다.
약간 찢어진 눈, 두툼한 입술은 조각 같은 외모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류준열은 외모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보여준다. 덕선(혜리)에게 보여주는 츤데레식 사랑은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류준열의 외모와 잘 어울린다.
덕선을 짝사랑하는 정환은 '날 좀 봐달라'고 서두르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은근과 끈기로 덕선을 지켜보고 보호해준다. 비 내리는 늦은 밤 덕선 앞에 나타나 우산을 쥐여주는 모습, 덕선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사주는 모습에 그 누가 반하지 않겠는가. 안 그럴 것 같으면서 날 위해서 뭐든지 하는 남자. 판타지를 자극하는 지점이다.
류준열은 또 대중문화 트렌드인 '남사친'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남자 사람 친구'를 줄여 부르는 '남사친'은 연인은 아니지만 늘 내 곁에 붙어 있는 '연인 같은' 존재를 지칭한다.
'남사친'과 '여사친'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다. '응팔' 속 정환과 덕선도 그렇다. 쌍문동 골목길에서 함께 자란 두 사람은 서로를 꿰뚫어 보는 편한 사이다.
정환 앞에서 덕선은 말괄량이 천방지축 여고생,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꽃단장하고 잘 보일 필요도 없다. 정환이 눈엔 자연스러운 덕선이가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정환의 매력이 최고치를 찍은 건 '응팔' 10화에서였다. 덕선이 "소개팅 들어왔는데 할까, 하지 말까?"라고 묻자 정환은 무심한 표정으로 "하지마, 하지마 소개팅"이라는 명대사를 날렸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심장어택", "'하지마'라는 말이 이렇게 설레는 말이었다니", "소개팅 절대 안 합니다"라는 호응은 당연지사.
츤데레 남자 주인공은 '응답' 시리즈를 관통하는 캐릭터다. '응칠' 윤윤제(서인국), '응사' 쓰레기(정우)도 마찬가지다. 불도저 같이 달려드는 사랑이 아닌 은은하게 꽃피는 사랑을 지향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들은 수컷의 본능을 한껏 발산해 여주인공의 마음을 단숨에 잡았다.
'응칠'에서 유정(신소율)에게 고백받은 윤제가 시원(정은지)에게 "만나지 마까, 만나지말라캐라"라고 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무뚝뚝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 대사를 통해 서인국은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응사' 쓰레기는 어떤가. 병원 앞에서 기다리는 나정에게 다가가 키스하는 저돌적인 모습은 지금도 회자된다. 나정을 어린 애로만 보고 장난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매력이 극대화됐다.
'응팔' 류준열은 서인국, 정우를 잇는 츤데레식 사랑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선보이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랑, 지켜보는 마음, 가슴 떨리는 설렘은 류준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덩달아 시청자들의 심장도 요동친다.
류준열에게 경쟁자는 택이 역을 맡은 순수청년 박보검이다. '수줍남'을 표방하는 박보검은 해맑은 소년 같은 모습으로 여심을 저격한다. 택이는 정환보다 더한 인내와 기다림으로 덕선을 바라본다.
친구 택이가 덕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정환이 어떤 선택을 할지, 츤데레의 사랑은 이번에도 통할까. '불 붙은' 남편 찾기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