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은 물론 몇 십 년을 포함해도 최악의 시기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부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맨유는 공식 대회 8경기 연속 승리가 없다. 11월초 리그 테이블 맨 꼭대기까지 올라섰던 맨유는 리그 6경기 연속 무승으로 어느덧 6위까지 하락했으며,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마저 겪어야 했다. 알렉스 퍼거슨의 맨유였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부진의 원인은 빈약한 공격력에 있다. 맨유는 리그 19경기 동안 고작 22골을 터뜨렸다. 경기당 평균 1.15골. 무려 10개팀이 맨유보다 많은 골을 기록했으며, 리버풀과 노리치 시티, 본머스가 맨유와 함께 22득점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냉정하게 맨유의 공격력은 중위권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웨인 루니는 이제 평범한 스트라이커로 전락했다. 무엇보다 신체적인 능력이 하락하면서 루니만의 매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2선까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좌, 우로 뿌려주는 패스의 정확도나 연계 플레이는 여전히 나쁘지 않지만 골 결정력이 극도로 하락했다. 문전에서의 침착성과 볼 컨트롤도 예년만 못하다. 리그 15경기에서 2골에 그친 루니의 부진은 단순한 슬럼프로 보기 어렵다.
멤피스 데파이는 올 시즌 최악의 영입작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네덜란드 에레데비지 득점왕을 차지한 데파이는 맨유 이적 후 리그 2골, 챔스 1골이 전부다. 심지어 지난 스토크 시티와의 18라운드에서는 어이없는 백헤딩 미스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오히려 맨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8000만 유로(모든 옵션 포함)의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화제를 낳은 앙토니 마샬은 아직 성장이 더 필요한 유망주다.
2선의 좌, 우 측면과 최전방 9번 자리에 두루 기용되면서 공격진에서 유일하게 고군분투하는 선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최근 들어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하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뿐만 아니라 맨유 동료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공격 장면을 만드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만약 판 할 감독이 치차리토를 떠나보내지 않고 잔류시켰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공교롭게도 치차리토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치차리토의 득점력(11골)은 루니(2골), 데파이(2골), 마샬(4골)의 골수를 합친 것보다 더 높다.
현재까지는 전문 공격수를 확보하지 않은 판 할 감독의 판단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물론 전형적인 9번 공격수 없이 다른 플랜이 존재했다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지만 판 할 감독이 내세우는 전술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안정적이다.
볼 점유율은 20개팀 통틀어 가장 높으나 전진 패스의 비율은 현저하게 낮고, 하프 라인 밑에서 백패스와 횡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데 치중하고 있다.
간혹 후반 중반 이후 장신 마루앙 펠라이니를 높은 지점까지 전진 배치시키는 정도가 유일한 플랜B인데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상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는 게 맨유의 현실이다
맨유의 후반기 첫 일정은 오는 3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스완지 시티와의 리그 20라운드 홈경기다.
비록 올 시즌 스완지 시티가 부진에 빠져있지만 최근 상대전적에서 맨유에 3전 전승이다.
현재 맨유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6위 맨유(승점 30, 골득실 +16)의 뒤를 리버풀(승점 30, 골득실 0), 웨스트햄, 왓포드, 스토크 시티(이상 승점 29)이 쫓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스완지 시티전은 맨유에게 또 다른 시험무대다. 이번 경기에서마저 승점을 쌓지 못한다면 중위권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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