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럴 때냐"…국민의힘 '당권 거래설' 내홍에 당내서도 우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05.24 06:05  수정 2025.05.24 06:05

대선 10여일 앞두고 계파 간 신경전

친한계 "국민 상대로 장난치는 건가"

친윤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축

당내 "대선 포기한 건가" 어리둥절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청년이 바라는 대한민국" 행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 계파 갈등이 점화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 '원팀'을 이뤄야 할 때인데, 화살을 당 밖이 아닌 서로에게 겨누면서 "지금이 이럴 때냐" "대선 포기한 거냐"는 탄식이 나온다.


이준석 후보 측이 주장한 '당권-단일화 거래 제안설'을 둘러싸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신경전이 23일에도 이어졌다.


당권거래설은 이동훈 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이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요즘 국민의힘 인사들이 이 후보 측에 단일화를 하자며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 대부분 친윤계 인사다. 이분들은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 식의 말을 한다"고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직접 "선거 기간 중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고 '너에게 당권을 주겠다'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와서 제발 당에서 역할을 해달라. 그러면 우리가 돕겠다' 그런 취지로 안다"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한동훈보다는 이준석이 훨씬 좋다는 것이 친윤의 생각"이라며 "단일화를 엮어 대선이 끝난 뒤 당권까지도 염두에 두고 지금 있는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친한계는 이에 반발하며 친윤계를 맹폭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친윤들이 자기들 살자고 우리 당을 통째로 팔아넘기겠다는 것을 당원들이, 지지자들이 그냥 두고 보실 것 같느냐"라며 "이번 대선은 이런 친윤 구태를 청산하는 혁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당근 거래도 아니고 당권 거래냐"고 꼬집었고, 박정훈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친윤도 퇴진되는 절차를 밟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게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이날 가세했다. 그는 CBS라디오에서 "그동안 친윤은 한동훈 쫓아내고 한덕수 올리겠다고 당내 쿠데타하고, 이준석 당대표 시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국민과 당원 상대로 장난치는 거냐"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와 가깝다고 평가되는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는) 친윤 세력들이 했던 당을 망가뜨렸던 여러 가지 행태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부하고 당을 환골탈태시키겠다는 입장이 강하기 때문에 한 전 대표가 복귀해 당에서 일정한 정도의 세력을 모은다고 한다면 친윤 기득권 세력들은 두려울 수 있는 상황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그러나 당 지도부나 친윤계는 당권 거래설의 실체가 없다고 일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강원 원주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 지원 유세에서 한 언론사 기자와 만나 "(당권 거래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누군가 당권을 넘겨줄 정도의 힘이 있다면 그 사람이 당권을 갖지 그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김재원 후보비서실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그 실체나 사실관계 확인도 되지 않고 있다"며 "당권이라는 것 자체가 당원과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 것이다. 친윤 인사라는 분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정도 능력이 있는 분이면 도대체 당권을 자기가 어떻게 이 후보에게 줄 수가 있다는 말이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가능하지도 않고 현재에 진행되고 있는 이 단일화 과정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쓸데없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당권 거래설'이 제기된 배경에 당권을 노리는 친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단일화에 거품 물고 반대하는 세력이 정치권에 딱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이고, 하나는 국민의힘 내부의 친한계"라며 "이 두 세력을 제외하면 보수층은 전부 다 단일화하라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과 친한계만 이상하게 이해관계가 공유되는지 단일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친윤계와 친한계의 신경전이 격화하자, 당내에선 대선 표심에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 이럴 때냐"면서 "말도 안 되는 얘기에 내부 싸움을 벌이는 건 민주당에 도움만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선 포기한 것이냐"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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