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디젤 4WD, 소형 SUV의 갈증을 풀어주다

박영국 기자

입력 2016.01.09 09:00  수정 2016.01.09 09:50

<시승기>소형 SUV 최초 4WD 장착…주행 안정성 업그레이드

180만원 추가부담, '착한가격' 실종 아쉬움

티볼리 디젤 4륜구동 모델 주행 장면. ⓒ쌍용자동차

지난 몇 년간 한국지엠 트랙스를 시작으로 르노삼성자동차 QM3, 쌍용자동차 티볼리까지 연이어 출시되며 국내에도 부담 없는 가격에 높은 연비와 톡톡 튀는 디자인을 갖춘 소형 SUV 시장이 열렸다.

하지만 이들 차종으로는 제대로 된 SUV의 맛을 제공하기엔 무리였다. 가격 부담을 줄이고 연비를 높이느라 하나같이 2륜구동 모델 일색인지라 전고가 좀 높은 것을 제외하고는 도심형 해치백 모델과 다를 바 없었다.

쌍용차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티볼리 디젤 4WD(4륜구동) 모델은 이런 아쉬움을 달래준 모델이다. SUV 명가답게 소형 SUV 세그먼트에서도 디젤의 강력한 토크감과 4륜구동의 탄탄한 주행감을 동시에 제공해주는 모델이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것이다.

최근 시승한 티볼리 디젤 4WD는 출시 1년이 지나서까지 월 판매 5000대를 넘어서며 신차 효과의 시간적 한계를 무색케 한 비결을 충분히 짐작케 할 만큼 만족감을 줬다.

일단 디자인을 비롯한 전체적인 느낌은 경쟁 소형 SUV들과 비교하면 좀 더 ‘남자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트랙스와 QM3는 귀엽고 앙증맞은, 여성 취향에 좀 더 가까운 디자인을 지니고 있지만, 트랙스는 쌍용차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서는 마초적 기질을 훨씬 많이 털어냈음에도 불구, 여전히 남성성을 유지한, 탄탄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좌석 포지션은 기존 준중형 이상 SUV는 물론 동급 소형 SUV들보다도 낮은 느낌이다. 전형적인 SUV와 일반 세단의 중간쯤 높이다. SUV 특유의 내려다보는 시야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다소 아쉽겠지만, 세단에 익숙해진 이들에겐 큰 이질감이 없다는 게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실내 디자인은 차급의 한계상 아주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젊은 취향에 맞게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이다. 원의 하단이 살짝 잘린 듯한 변형된 D컷 스티어링 휠은 스포티한 느낌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그립감도 좋다.

실내공간도 뒷좌석 탑승자가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는 확보했다. 적재공간은 형식적으로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쟁차들과는 달리 티볼리는 비교적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골프백 3개정도는 무리 없이 들어갈 만한 크기다.

엔진 시동을 걸어보니 소음도 디젤엔진 치고는 크지 않은 편이다. 차급의 한계상 흡·차음재를 대거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진 자체 소음을 잘 잡은 것 같다. 공회전시 잔진동도 일반적인 국산 디젤 SUV보다는 덜한 느낌이다. 다소 낮은 좌석 포지션도 일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동력성능은 갑자기 속도를 높여 치고 나가는 맛은 떨어지지만 일반적인 주행 구간에서는 스트레스가 없다. 신호에 걸려 멈췄다 출발하거나 경사로를 오를 때의 토크감은 확실히 동급 경쟁차들보다 뛰어난 느낌이다.

티볼리에 장착된 e-XDi160 디젤 엔진은 최대 출력 115ps, 최대 토크 30.6kg·m를 발휘하며 실제 주행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1500~25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4WD 시스템은 적절한 순간에 개입해 적절한 효과를 내준다. 코란도 투리스모 등 쌍용차의 다른 모델들과 달리 티볼리는 상시 4WD 시스템을 채택해 별도의 ‘4H’ 전환 버튼이 없다.

그렇다고 계속 네바퀴 굴림으로 다니느라 연료 낭비를 하는 것도 아니다. 도로 상태 및 운전 조건에 따라 최적의 구동력을 배분해 전·후륜 구동축에 자동으로 전달함으로써 최적의 차량 주행성능을 유지한다.

일반도로에서는 앞바퀴로만 주행해 연비를 향상시키고 눈길, 빗길이나 경사로에서는 자동으로 4륜구동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특히, 경사로 출발 시 초기 구동력을 설정해 바퀴가 미끄러짐 없이 부드럽게 출발되도록 함으로써 4WD 차량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소형 SUV로도 악천후는 물론, 산길을 오를 때도 걱정 없는 정통 SUV의 맛을 느끼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제격이다.

티볼리 디젤 4WD의 제원상 복합연비는 13.9km/ℓ(도심 12.5㎞/ℓ, 고속도로 16.1㎞/ℓ)로 디젤 2WD 모델(14.7km/ℓ)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네바퀴 굴림이 갖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감안한다면 다소의 연비 손실은 감수할 만하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포함한 실제 주행에서는 제원상 연비보다 다소 낮은 12.3km/ℓ가 나왔다.

경쟁 모델들이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엔트리카에 적합한 모델이라면 티볼리는 엔트리카에서 한 발 나아가 레저용이나 소가족의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승차감은 다소 딱딱하다. 노면 상태를 물리적인 신호로 육체에 전달해주는 건 그리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퍼포먼스 중심의 세팅을 한 소형 SUV에 승차감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젤 4WD 가격이 ‘부담 없는 소형 SUV’의 선을 넘어버렸다는 점이다. 기존 디젤 모델도 가솔린 대비 가격이 상당부분 올라갔는데, 여기에 4WD와 후륜 독립현가 멀티링크 서스펜션 패키지 옵션을 추가하면 180만원을 더 내야 한다.

기본 트림인 TX의 경우 4WD 옵션을 더한 가격이 2225만원, 최상위 트림인 LX의 경우 4WD 옵션을 더하면 2675만원이다. 이는 상위 차급인 준중형 SUV 코란도C 디젤 자동변속기 4륜구동(AWD) 모델 기본 트림(2625만원)을 넘는 가격이다. 아무리 뛰어난 라이트급 선수도 미들급 선수와의 대결은 승산이 희박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