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이미 이대호는 지금까지의 야구인생 만으로도 충분히 승자라는 사실이다. ⓒ 연합뉴스
2016 MLB(메이저리그)에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도전장을 던진다.
가장 주목해야할 선수는 ‘빅보이’ 이대호다. 추신수-오승환과 동갑내기인 이대호는 35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미 베테랑으로 자리 잡았고, 오승환은 불펜 자원으로서 핵심 요원으로 중용될 전망이다.
이들에 비해 이대호의 상황은 다소 복잡하다. 이대호는 시애틀과 스플릿(split) 계약을 맺었다. 스프링캠프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출전 엔트리(25명)에 들어야만 정식 메이저리거로 입성할 수 있는 조건부 계약.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최고의 타자로 인정받은 이대호의 위상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계약이다.
주전 경쟁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대호와 함께 올 시즌 한국인 타자로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박병호나 김현수는 다음 시즌 팀의 유력한 주전으로 거론될 정도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대호는 주 포지션 1루와 지명타자(DH) 자리에서 넬슨 크루즈, 애덤 린드 등 잔뼈가 굵은 기존 주전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대호는 장점과 약점이 뚜렷하다. 거대한 체구에도 탁월한 유연성과 정교한 배팅 센스는 이미 역대 최고로 꼽힌다. 신체적인 제약으로 인한 수비와 주루 능력은 오랫동안 이대호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근거가 됐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방망이 실력 하나로 모든 선입견을 극복해왔던 이대호에게는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을 입증해야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분명한 것은 이미 누구보다 성공한 야구선수인 이대호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오로지 꿈을 쫒아 35세의 나이에 빅리그 무대에 맨몸으로 도전한 용기와 진정성이다. 직전 소속팀인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제시한 3년 180억에 이르는 대형 계약도 마다했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정을 쫓기 마련이다. 웬만한 선수였다면 불확실하고 위험부담이 큰 꿈보다는 현실을 쫓아 편안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거나 해외진출을 안이하게 여기는 동료-후배 야구선수들이 본받아야할 부분이다.
이대호는 이미 한국야구에서 많은 업적을 이뤄낸 살아있는 레전드다. 지난해 11월 우승한 야구 국가대표 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는 정근우와 함께 팀의 리더로서 경기 내외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최정상급의 기량을 인정받으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인데 이어 이제는 메이저리그까지 도전하며 최초로 한미일 야구를 모두 평정한 야구선수의 길을 개척하려고 있다.
KBO나 일본 시절에도 이대호의 성공 가능성을 의심했던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대호는 그런 우려를 극복하고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보란 듯이 입증해왔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부터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이대호 성적 걱정”이라는 농담은 이대호가 걸어온 야구인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식어다.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 예단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이대호는 지금까지의 야구인생 만으로도 충분히 승자라는 사실이다.
한편,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요청을 받고 16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9일 스프링캠프에서 신임 스캇 서비스 감독 등과 미팅을 할 예정이다. 그동안 이대호는 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미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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