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타들, 특히 높은 몸값을 받는 고액 연봉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바로 ‘먹튀’다.
‘먹고 튄다'의 줄임말인 먹튀는 오늘날 ‘몸값 못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대중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는 몸값 거품 현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액 FA 계약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그 부작용으로 FA 제도가 먹튀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스타급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하고 있는데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정작 많지 않다.
2014년의 강민호(롯데), 2015년의 최정(SK) 등은 당시 최대어들은 FA 최고액을 경신하는 기록을 세웠지만 FA 계약을 맺은 첫 시즌 극도의 부진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강민호는 이듬해 맹활약으로 어느 정도 만회했다. 지난해 장원준(두산)처럼 FA 첫 시즌부터 높은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보여준 사례도 있다.
올 겨울 선수들의 몸값은 또 다시 폭등했다. NC 박석민이 4년간 최대 96억 원을 받았고, 한화 김태균과 정우람은 각각 4년간 84억 원을 보장받았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김현수가 만일 국내에 잔류했더라면 100억 시대를 맞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자연스레 이 선수들이 올 시즌 어떤 성적을 올릴지에 따라 FA 제도의 가치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확률로 봤을 때 고액연봉에 비해 FA 대박을 터뜨린 이후에도 기대치만큼의 성적을 이어간 경우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일본이나 미국도 먹튀는 있지만, 한국처럼 자체적인 수익모델이 없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실정상, 이런 식의 비효율적인 투자가 지속되면 시장 구조가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선수들과 팬들이 FA 몸값을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선수들은 FA를 그간의 헌신과 성과에 따른 보상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 반면, 구단이나 팬들은 앞으로도 그만큼의 성적을 내야한다는 기대 가치에 더 의미를 둔다. 어느 정도 성적을 낸 FA라고 해도 ‘몸값이 얼마인데 그 정도는 본전으로 해줘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러다보니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은 오히려 정신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목표의식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거나 혹은 성적에 대한 지나친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다. 더구나 한정된 시장에서 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몸값만 치솟는 반면, 상대적으로 준척급이나 베테랑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점도 팬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올 시즌 후에도 많은 선수들이 FA 자격을 기다리고 있다. 88년생 동갑내기이자 한국야구 대표 좌완으로 꼽히는 김광현과 양현종은 고액 연봉자임에도 올해 연봉이 대폭 인상됐다. 김광현은 6억 원에서 8억 5000만 원으로, 양현종은 4억 원에서 7억 5000만 원으로 높아졌다. 예비 FA 프리미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6억 원에서 고작 1억 원 오른 최형우처럼 예비 FA이면서도 인상률이 높지 않은 선수도 있지만 김광현이나 양현종은 FA 자격을 얻어도 아직 20대라는 차이가 있다.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몸값만큼이나 선수들이 그에 부합하는 활약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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