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 마드리드)는 분명 라리가를 대표하는 명문 클럽이다. 하지만 유럽을 대표하는 강팀인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그리고 올 시즌, 그들은 자신들이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
결승 진출 티켓의 주인은 AT 마드리드였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AT 마드리드는 4일(한국시각) 풋볼 아레나 뮌헨(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4강 원정 2차전서 1-2 패했다.
하지만 지난 홈 1차전서 1-0으로 승리했던 AT 마드리드는 1~2차전 합계 2-2 동률을 이뤘고,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따라 결승행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시메오네 감독이 마련한 전술의 승리였다. AT 마드리드는 가뜩이나 공격력이 강한 뮌헨을 상대로 무리하게 공격 맞불 작전을 펼치기 보다는 잔뜩 웅크린 수비 축구로 맞섰다. 그 결과 점유율은 바이에른 뮌헨이 67%-33%로 크게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축구는 볼을 오래 소유한다고 성공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물론 이날 2차전은 뮌헨이 주도했고, 승리한 경기였다. AT 마드리드 역시 전반 내내 힘 한 번 못 쓴 채 상대 공격을 막는데 주력해야 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결정적 역습 한 방이 양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야니크 카라스코가 투입된 AT 마드리드는 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페르난도 토레스가 최전방을 향해 기가 막힌 스루 패스를 찔러 넣었다. 이를 이어 받은 앙투안 그리즈만이 노이어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뮌헨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득점하며 다시 경기를 앞서 갔지만, 끝내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홈&어웨이 방식의 토너먼트에서는 원정골이 중요하다는 공식이 다시금 강조된 장면이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AT 마드리드의 행보다. 그야말로 도장깨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AT 마드리드는 2000대 중반 침체기를 겪다 두 차례 UEFA컵(현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르며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12시즌 도중 시메오네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확 달라지기 시작한다.
시메오네 감독은 팀에 수비축구의 색을 입혔다. 물론 단순한 수비축구가 아니었다. 엄청난 압박과 견고한 수비는 강한 체력과 팀 내 단결력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골을 만들기 위해 다재다능한 공격수들이 팀을 거쳤다.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시메오네가 본격적으로 팀을 지휘한 2012-13시즌 리그 3위로 급부상하더니, 이듬해에는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의 양강구도를 깨며 라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에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아틀레티코는 2011-12시즌 시메오네 감독 부임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고 있다. ⓒ 데일리안 스포츠
지난 시즌 잠시 숨을 골랐던 AT 마드리드는 올해 다시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라리가에서는 바르셀로나와 승점 동률인 상황에서 2위를 유지 중이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고 있다.
최근 유럽 축구는 이른바 ‘레바뮌(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 시대’를 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바뮌’은 지난 세 시즌동안 우승을 한 차례씩 나눠 가졌고, 2008-09시즌부터는 7시즌 연속 결승 진출팀이 나오고 있다.
AT 마드리드는 8강서 바르셀로나를 격침했다. 8강 1차전 원정에서는 1-2로 패했지만, 원정골이 밀알이 되어 2차전(2-0승) 승기를 잡았고, 이번 바이에른 뮌헨과의 준결승도 마찬가지였다.
결승에 선착한 AT 마드리드는 레알 마드리드-맨체스터 시티 승자를 여유있게 기다리고 있다. 내심 레알 마드리드가 올라오는 것을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AT 마드리드는 2년 전 지역 라이벌이었던 레알에 빅이어를 내줬기 때문이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를 꺾는다면, ‘레바뮌’을 차례로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정당성마저 확보할 수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