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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겁고 아프지만, 그래도 사랑…'우리 연애의 이력'


입력 2016.06.19 08:12 수정 2016.06.21 08:51        부수정 기자

전혜빈·신민철 주연…조성은 감독 첫 장편

현실적인 로맨스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려내

배우 전혜빈과 신민철이 영화 '우리 연애의 사랑'에 출연했다.ⓒ(주)모멘텀엔터테인먼트

여배우 우연이(전혜빈)와 영화 감독을 꿈꾸는 만년 조연출 선재(신민철)는 영화 촬영 중에 만나 부부가 된다.

행복하고 달콤한 신혼 생활은 잠시뿐. 두 사람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이혼한다. 이후 공동 시나리오 작업 때문에 동료이자 친구 사이를 유지하며 '쿨'한 관계로 지낸다.

연이와 선재는 각기 다른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다. 어린 나이에 흥행 작품을 만나 주목을 받은 연이는 33살인 지금, 카메라 공포증과 트라우마로 신경이 쇠약해진다. 술의 힘을 빌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일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했던 사람이자 공동 집필 파트너인 선재의 영화로 화려한 재기를 꿈꾼다.

어렸을 때부터 아픈 어머니를 간호한 선재. 상처투성이인 연이를 항상 보듬어주던 선재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척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나'인 듯 행동하는 연이가 버겁기 시작한다.

그래도 선재의 마음은 변함없다. "연이와 나는 이혼했지만 이별하지 않았다"고 말할 뿐이다.

성공을 위해 시나리오를 완성하던 두 사람은 작품을 내놓을 우연한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 않다. 여주인공 캐스팅부터, 시나리오 수정까지. 제작사와 의견이 충돌하면서 연이와 선재는 다투기 시작한다.

배우 전혜빈과 신민철이 주연한 영화 '우리 연애의 사랑'은 이혼했지만 헤어질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을 담담하게 그렸다.ⓒ(주)모멘텀엔터테인먼트

'우리 연애의 이력'은 이혼했지만 한 집에서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연이와 선재의 현실 로맨스를 담았다. 단편 '다시 만난 크리스마스'(2003)과 '숲의 딸들'(2007)을 연출한 조성은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영화는 상처를 지닌 연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린 시절 겪은 가슴 아픈 경험 때문에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연이. 그런 연이를 살뜰히 챙겨주고 위해주는 선재.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갈등을 겪고, 싸우고,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는 모습을 담담하게 담았다.

연애, 사랑에 대한 판타지 같은 건 없다. 뻔한 전개로 귀결되는 로맨틱 코미디와는 결을 달리한 게 신선하다. 내가 경험해 봤을 법한 연애의 민낯을 과장 없이 보여주는 게 영화의 미덕이다. 처음엔 열렬히 사랑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들어버리는 감정, 두 사람이 마주한 현실적인 장벽, 헤어졌지만 놓고 싶지 않은 관계 등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다만,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어진, 웃음 터지는 로맨틱 코미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연이와 선재의 캐릭터가 뚜렷해 매끄럽게 흘러간다. 연이가 내뱉는 말, 취하는 행동은 상처로부터 비롯됐다. 그런 연이는 낙천적이고 따뜻한 선재를 통해 한층 성장한다. 처음엔 몰랐지만, 선재가 떠난 뒤 그의 빈자리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선재는 천하태평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섬세하고, 연이만을 위해주는 남자다. 그가 연이에게 "사람들은 모두 투병 중이다. 내가 간호해줄까요?"라고 고백하는 모습이 꽤 로맨틱하다. 선재에 대한 사랑을 느낀 연이가 선재에게 "나한테 치료받을래요?"라고 묻는 장면은 여운이 깊다.

배우 전혜빈과 신민철이 주연한 영화 '우리 연애의 사랑'은 혼했지만 한 집에서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연이와 선재의 현실 로맨스를 담았다.ⓒ(주)모멘텀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극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어린 나이에 가수로 데뷔해 연기자로 전향한 전혜빈은 연이와 닮은 듯했다.

전혜빈은 "같은 여배우로서 연이를 만났을 때 공감했다. 어릴 때 데뷔해서 고비들을 넘겼는데 연이의 감정을 비슷하게 느꼈다.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고, 끝이 보이지도 않는 안갯속을 걷는 시간을 연이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전혜빈에 대해 "처음 봤을 때 너무 바르고, 예쁘고 단단한 사람인 것 같아 불안한 여자를 연기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혜빈 씨가 오랜 시간 겪은 도전과 모험, 어려움을 즉흥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전했다.

모델 출신 신민철은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놓을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 했다.

조 감독은 "사랑이 가진 나약함, 연약함에 초점을 맞췄다"며 "주인공들이 사랑받을 만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병들고 아프거나, 사랑스럽지도 않고 버거울 수 있지만 서로 사랑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랑을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6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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