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뒤집어 쓴 브라질 축구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브라질 축구는 개혁의 칼로 둥가 감독을 쳐낸 뒤 새로운 감독을 맞이한다. 둥가가 깬 삼바를 다시 살릴 감독으로는 ‘브라질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티테가 낙점됐다.
17일(한국시각) 브라질 방송 '글로부'와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등에 따르면, 브라질 축구협회는 코린치안스 감독 티테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12년 코린치안스의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이름을 알린 티테는 자국 최고 명장으로 불릴 만큼 브라질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감독이다. 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꼽힐 만큼 브라질을 대표하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스타 감독이다.
이전에도 티테는 브라질 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감독직을 수차례 제안 받았지만 고사해왔다. 하지만 협회의 끈질긴 러브콜과 브라질 축구의 쇄신이라는 중대한 목표를 위해 이번에는 수락했다. 티테가 A대표팀을,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었던 미칼레가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둥가 전 감독 입장에서는 모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것이다.
‘납득이...’ 둥가 방식 이제는 안녕!
둥가 시절 브라질대표팀은 일부 에이전트의 외압설이 제기될 만큼 이해할 수 없는 기용으로 비판을 들어왔다. 심지어 둥가가 특정팀 선수들만 선호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미국 월드컵 당시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호마리우는 코파 아메리카 조별 예선 탈락 후 "둥가의 축구는 잘못됐다"며 비판했다. 마르셀루 소집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레알 마드리드의 전 사령탑인 카를로 안첼로티와 현 사령탑인 지네딘 지단 역시 이구동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며 둥가의 선수 소집에 대해 비판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둥가의 브라질은 지나칠 만큼 특정 선수에만 의존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헤나투 아우구스투, 지우, 엘리아스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코린치안스 출신이다. 헤나투와 지우는 코린치안스를 떠나 올 초 중국에 입성했음에도 둥가의 꾸준한 부름을 받고 있다.
미드필드진 조합도 다소 의외였다. 둥가는 감독 부임 직후부터 엘리아스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그러나 엘리아스는 불안한 볼 처리와 효율적이지 않은 움직임 탓에 브라질의 약점이 되어버렸다. 페르난지뉴와 알랑 등 수준급 선수들이 있음에도 둥가는 줄곧 엘리아스 선발을 고집했다.
반면 월드 베스트 수비수로 꼽히는 티아고 실바와 마르셀루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나폴리의 알랑도 리버풀의 호베르투 피르미누도 둥가의 부름을 받지 못한 대표적인 비운의 선수다.
티테는 질적으로 다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바꿀 줄 아는 감독이다. ⓒ 게티이미지
축구협회 고집 꺾은 티테.. 브라질 변화의 바람 불까
최근 브라질 대표팀은 감독 선임 실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월드컵 우승 역시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2002 한일월드컵 우승 후 브라질 축구협회는 새로운 감독 발굴보다는 기존 감독들을 재신임하며 비난을 받아 왔다. 스콜라리 후임으로는 1994 미국월드컵 우승을 이끈 카를루스 파헤이라가 지휘봉을 잡았지만 8강 탈락했다. 무리한 공격 축구가 문제였다.
이후에는 둥가와 메네제스를 거쳐 스콜라리가 다시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컨페드컵까지만 해도 좋았지만 본선에서의 브라질은 달랐다. 독일전 1-7 패배의 굴욕을 맛봤다. 스콜라리 후임은 둥가였다. 둥가 역시 이미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이다.
둥가의 브라질은 처참했다. 감독으로서 전혀 성장하지 못했던 둥가는 자신의 색채를 고집했지만 세계 축구 트렌드는 이미 변할대로 변한 상태였다. 변화의 바람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도태됐고, 그럴수록 둥가의 고집은 더 완고해졌다. 수비수는 수비만, 미드필더는 많이 뛰어야 된다는 구세대적 사고방식으로 대표팀을 운용했다.
티테는 질적으로 다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바꿀 줄 아는 감독이다. 코린치안스의 성공 시대를 이끈 티테는 이미 두 차례나 감독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성적 부진 탓이 아니다. 감독으로서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코린치안스가 계속된 선수 유출 속에도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던 원동력은 티테의 존재 때문이다.
전임 사령탑들이 시대에 떨어진 전술로 기를 펴지 못했다면 티테는 브라질에서도 소문난 지략가다. 3백과 4백을 모두 운용하는 전술적 유연성이 돋보이고, 매년 이어진 코린치안스 주축 선수들의 이적 속에서도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극대화하며 하나의 팀을 꾸려 나갔다.
티테의 등장으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슈퍼스타들의 귀환이다. 최근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축구협회는 선수 발탁을 티테에게 100%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말해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자유자재로 기용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실바와 마르셀루, 피르미누 등 둥가의 부름을 받지 못한 선수들의 복귀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실바에 대해 티테는 "최고 수비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티테의 부임으로 실바의 대표팀 복귀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둥가 감독 실바는 이해할 수 없는 선수 기용으로 찬밥 신세였지만 티테의 감독 부임으로 실바의 출전 시간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코파 출전이 좌절된 도글라스 코스타가 올림픽 출전 의사를 밝히면서 기존 와일드카드인 네이마르와 실바까지 가세, 쟁쟁한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둥가 감독 체제에는 미란다와 네이마르, 윌리앙의 출전이 유력했지만 둥가 경질 이후에는 코스타와 네이마르, 실바가 와일드카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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