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 "박 대통령, 개헌 논의 해야한다"
<데일리안-알앤써치 '국민들은 지금' 정기 여론조사>
56.2% "논의 협조해야" 50대 이상 남성층도 개헌 요구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론이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논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는 국회에서 요구하는 ‘권력구조 개편’ 중심의 논의에 앞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국가권력 전체에 대한 국민주권을 강화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90%·유선10% 방식으로 실시한 6월 다섯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개헌논의에 적극 협조해야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과반인 52.5%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9.2%에 그쳤으며, 28.3%는 응답을 유보했다.
특히 40대와 50대에서 대통령이 개헌논의에 협조해야한다는 요구가 높았는데, 40대는 동의 56.2% 비동의 20.3%였으며, 50대는 동의 63.9% 비동의 14.9%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각각 23.5%, 21.2%로 타 연령대에 비해 응답유보 비율이 낮았다. 60대 이상에서도 51.7%가 동의한다고 답해 절반을 넘어섰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12.3%였다.
지역별 조사의 경우, 강원·제주(동의 41.4%, 비동의 16.7%)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개헌논의 협조에 대한 의견이 과반을 기록했다. 협조 요구가 가장 높은 지역은 20대 국회에서 여야를 통틀어 다수의 리더를 배출한 대전·충청·세종으로, 응답자의 57.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주목할 것은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서도 동의한다는 응답이 54.5%에 달해 박 대통령을 향한 개헌논의 협조 요구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기·인천 (동의 52.9%, 비동의 20.8%), 전남·광주·전북 (동의 52.3%, 비동의 20.6%), 서울 (동의 51.8%, 비동의 16.5%), 부산·울산·경남 (동의 51.2%, 비동의 18.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성별 조사에선 남성의 63.1%가 동의한다고 답해 개헌논의에 대한 요구가 압도적이었으며, 여성은 42.0%가 동의했다. 다만 여성 응답자의 39.5%는 “잘 모르겠다”고 답해 동의한다는 응답과 오차 범위 내 근소한 차이에 그쳤다.
지지정당별 조사 결과, 국민의당 지지층의 63.6%가 동의한다고 답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아울러 새누리당 지지자의 55.1%,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56.6%도 박 대통령이 개헌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밝혀 여야와 무관하게 개헌 요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당층에선 동의 31.7%, 비동의 21.8%였으며 과반에 가까운 46.5%는 응답을 유보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개헌 블랙홀’ 발언으로 개헌에 대해 제한선을 분명히 그었으며,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 직후 개헌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이후에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바가 없다. 현재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에 불을 붙이고 있지만, 의원내각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의회와 나누는 방식의 권력구조 개편 논의에 국한돼 있다.
이에 대해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대통령이 개헌에 적극 협조해야한다는 쪽으로 여론의 무게가 쏠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국민들이 말하는 개헌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개헌이 블랙홀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권력구조 개편에만 포커스가 맞춰져있다. 반면 국민들은 의원내각제인지 중임제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투표 이후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소장은 특히 개원 직후부터 개헌 여론이 빗발치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나 진보·보수 등 진영을 떠나 기성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국회의원들의 리베이트와 특권 남용 문제, 50대 남성층과 무당층 다수가 선택했던 국민의당 지지율 하락 등을 언급했다. 의회와 대통령 간 줄다리기와 다를 바 없는 권력구조 개편에 앞서, 선출된 권력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심판권 강화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소장은 “리베이트 문제에 연루돼도 법적으로 판결이 완료될 때까지는 1년 동안 국민 세금을 고스란히 받지 않나. 국민들은 그게 싫은 것”이라며 “대통령도 일단 뽑아놓으면 5년 동안은 국민들이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다. 국회의원 역시 비리를 저질러도 국민들이 당장 끌어내릴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권력구조가 아닌, 국민주권을 강화라는 방향으로 개헌을 적극 치고 나와야 한다는 게 이번 조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에 드러난 리베이트나 가족채용 등 권력자의 비리가 발생했을 때는, 유권자가 국회의원을 소환하거나 직접 끌어내릴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며 “현행 헌법 하에서는 비리 공직자에게 지나치게 오랫동안 세금이 낭비된다. 국민들은 ‘판’을 뒤엎고 싶은 것이고, 여기에 대통령도 국민주권 강화를 전면에 내걸고 나서달라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6월 26일부터 27일 이틀 간 전국 성인 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2.9%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통계보정은 2016년 1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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