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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신인 흉작 30년…1차 지명 잔혹사?


입력 2016.07.20 07:19 수정 2016.07.20 09:5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000년 이후 김진우-한기주 만이 그나마 대성

과거 2군 육성 게을렀고 신 구장 건립도 늦어

KIA는 1차 지명자(김진우-한기주)보다 덜 주목받은 2차 지명(윤석민-양현종)에서 더 좋은 선수들이 나왔다. ⓒ 연합뉴스 KIA는 1차 지명자(김진우-한기주)보다 덜 주목받은 2차 지명(윤석민-양현종)에서 더 좋은 선수들이 나왔다. ⓒ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전신 해태 포함)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다. 8~90년대 해태 특유의 검은 타이즈 공포는 KBO리그의 첫 번째 왕조를 탄생시켰고, 지난 2009년에는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이라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런 타이거즈에도 유독 따르지 않는 인연이 있다. 바로 ‘걸출한 신인’이다. 지난해까지 34년간의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신인왕에 오른 이는 1985년 이순철이 유일하다.

물론 우수한 신인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3년에는 역대급 유격수로 불린 이종범이 등장했지만 MVP급 활약을 펼친 삼성 양준혁에 밀렸고, 2006년 입단한 ‘10억 팔’ 한기주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0승 11패 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6의 걸출한 성적을 올렸지만, 타이틀은 괴물 신인 류현진의 몫이었다.

2009년에는 최연소 올스타전 MVP에 오른 안치홍이 순수 신인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후반기 부진과 함께 두산 이용찬에게 신인왕을 빼앗겼다. 2012년에는 대졸신인 박지훈이 필승조에서 맹활약하며 신인왕 후보에 올랐지만, 넥센 서건창에 자리를 내주며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신인 육성은 종목을 막론하고 팀의 미래를 좌우할 ‘10년 대계’로 통한다. 메이저리그가 마이너리그에서 수많은 유망주들을 키우는 것을 ‘농장(farm)’으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선수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혜안과 이에 못지않은 육성 능력이 좋은 신인을 배출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KIA는 좋은 신인과 유독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1차 지명 선수들의 잠재력이 아주 뒤처졌던 것만은 아니었다. 도대체 KIA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0년 이후 KIA의 1차 지명 잔혹사는 2002년 김진우부터 시작된다. 김진우는 당시 역대 신인 계약금 최고액인 7억 원을 받고 입단해 제2의 선동열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데뷔 시즌 탈삼진 타이틀을 따내는 등 입단 초기에는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방황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결국 2008년 임의탈퇴 처리되고 말았다. 다행히 3년 만에 돌아와 선발 한 축을 든든히 맡아줬지만, 부상으로 인해 지난해 4경기 출전에 그쳤고 올 시즌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2006년은 김진우 이상의 가능성을 지닌 한기주가 입단한 해였다. 메이저리그 러브콜을 뿌리치고 KIA에 입단한 한기주는 2008년까지 팀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으나, 고교 때부터 혹사당한 팔에 문제가 생기며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지난해 복귀전을 치른 한기주는 불같은 강속구를 잃었지만, 마운드에 서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KIA팬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01년 이후 KIA 1차 지명 선수들. ⓒ 데일리안 스포츠 2001년 이후 KIA 1차 지명 선수들. ⓒ 데일리안 스포츠

KIA의 대형 신인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혹사와 육성 등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은 고교 시절 혹사를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상상하지도 못할 거액(계약금)을 받게 되고, 큰 기대로 인한 부담감으로 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는 KIA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KIA에는 2차 지명 또는 타 팀에서 넘어온 선수가 대성하거나 팀의 주축이 되는 사례가 더 많았다. 2차 지명 출신인 윤석민과 LG에서 건너온 이용규의 성장이다.

2군의 육성 시스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과거 해태는 퓨처스리그(2군)가 출범한 90년대, 1군 관리에만 주력했을 뿐 2군 시스템을 등한시했고 KIA로 팀명이 바뀐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대 들어 KIA 2군은 퓨처스리그 최하위를 5차례나 기록할 정도로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고, 최근에도 3년 연속 남부리그 꼴찌에 머물고 있다.

사실 KIA 2군은 시설이 가장 좋지 못한 팀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에 와서야 함평 전남 야구장을 임대해 사용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후 모기업의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 받은 2009년 전용구장 건립이 시작됐다. 2012년 경기장이 완공됐고, 이듬해 숙소까지 모두 지어지며 지금의 기아 챌린저스 필드가 완성됐다.

현재 KIA 1군의 핵심 선수들 중에서는 눈에 띄는 신인 또는 프랜차이즈 출신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타선의 핵인 이범호와 김주찬은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며, 그나마 양현종과 나지완 정도가 KIA 팜에서 자란 이들이다.

2010년대 들어서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선수들 중 한승혁과 박지훈만이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며, 이후 입단한 차명진과 이민우는 2억 원 이상의 고액 계약금을 받았음에도 아직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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