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2016시즌을 빈손으로 마치게 됐다. 탄탄한 투타 전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4강 이상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SK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SK는 2000년대 후반부터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호로 군림했다. 특히 시즌 후반부와 포스트시즌에 더 강해지는 뒷심을 발휘하며 가을 DNA가 있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9월 초 6연승 행진을 달리며 단독 4위에 오를 때만 해도 역시 가을야구 진출을 눈앞에 두는 했지만, 이후 SK는 거짓말 같은 9연패로 미끄러졌다.
SK는 막바지 잔여일정에서 에이스 김광현을 불펜 스윙맨으로 돌리는 총력전까지 감수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으나 5강 경쟁팀이던 LG와 KIA가 막판 고비를 극복해내며 결국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매직넘버를 모두 지워냈다. SK는 시즌 2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됐다.
SK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컬러에 변화를 줬다. SK 왕조 시절 불펜의 핵이던 정우람과 윤길현이 모두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나면서 전력 개편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SK는 김광현-메릴 켈리를 중심으로 탄탄한 선발진이 건재했고 올 시즌 장타력이 뛰어난 거포들을 앞세운 선 굵은 야구로 변화를 도모했다.
SK는 올 시즌 벌써 팀 홈런 179개로 팀 창단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최정과 정의윤도 커리어 하이 기록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홈런에 의존하는 공격력은 오히려 불균형을 초래했다. 홈런이 터지지 않는 경기는 전반적으로 공격이 답답함을 드러내며 맥없이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전성기의 SK가 특유의 세밀함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1~2점차 승부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믿었던 선발진도 후반기에 흔들렸다. 김광현이 시즌 중반 부상으로 주춤했고 켈리는 호투하고도 끝내 두 자릿수 승리에 실패할 만큼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여기에 부진으로 교체된 크리스 세든과 그 대체 자원으로 한국 무대를 밟은 브라올리오 라라까지 순위 경쟁이 치열했던 후반기 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김용희 감독의 리더십도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14년 이만수 전 감독의 후임으로 2년 계약을 맺고 SK의 지휘봉을 잡았다. 인자한 성품의 덕장으로 야구계에서 신망이 높던 김 감독은 첫 시즌까지만 해도 선수관리와 장기레이스에서의 완급조절에 강점을 보이며 팀을 5강 진출에 성공시켜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SK의 전력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여기에 올 시즌에는 초반 상승세를 지키지 못하고 또다시 중위권으로 하락하여 또다시 어려운 5강 경쟁을 펼쳐야했다. 오히려 김 감독의 단점으로 꼽혔던 승부사 기질의 부족이 도드라지며 SK는 한번 흐름이 넘어간 경기는 쉽게 뒤집지 못하는 단조로운 승부의 연속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 감독은 롯데-삼성 감독 등을 두루 역임했으나 1995년 롯데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시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SK 사령탑으로 15년 만에 현장에 귀환하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지난 두 시즌 연속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사실상 재계약이 어려워진 분위기다.
다만 팀 성적의 책임을 단순히 감독과 선수들에게만 돌릴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SK는 김용희 감독 임기 내내 선수 영입과 전력보강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았다. 그나마 첫해 큰돈을 썼다고는 했지만 모두 내부 FA 단속을 통한 현상유지 정도였고, 2년차에는 불펜의 핵이던 정우람-윤길현이 팀을 떠났다. 시즌 후반기 라라의 영입은 완벽한 실패였다.
여기에 SK는 이미 시즌 중반까지 감독교체를 둘러싸고 가장 많은 소문이 야구계에 오르내렸던 구단 중 하나다. 이는 자연스럽게 감독의 레임덕을 부추기고 팀 분위기를 흐트러지게 만드는 악영향을 미쳤다. 구단 프런트가 전임 감독들의 교체 과정에서도 드러난 시행착오에 대한 학습효과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대목이다. SK가 올 시즌의 공과를 논하는데 있어서 구단 내부에서부터 통렬한 자성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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