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겪은 류현진, 마이애미전 키워드 ‘체인지업’
속구 위력 떨어져 체인지업 비중 커질 듯
스탠튼 등 체인지업 강한 타자들 많아 촉각
류현진(30·LA다저스)의 지난 12일 콜로라도전은 참담했다.
4이닝 10실점(5자책) 8피안타 4삼진 6볼넷으로 최다 실점과 볼넷을 경신했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쿠어스 필드라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실망스러운 내용이다.
복귀 이후 속구를 난타 당한 류현진은 체인지업 비중을 키우며 효과를 봤다. 그러나 지난 경기에서는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았다. 8피안타 중 3개가 체인지업이다(포심2/슬라이더2/커브1).
체인지업의 위력 자체가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체인지업으로 인한 헛스윙 비율은 지난 2경기보다 더 높았다. 제구가 전반적으로 흔들렸고, 체인지업을 뒷받침할 커브가 위력을 발하지 못하면서 당했다. 커브는 1개의 헛스윙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4회부터는 슬라이더의 비중을 키웠지만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약 한 달 동안 콜로라도 타선과 세 번을 상대했다는 점도 원인이다. 호투했던 샌프란시스코(6이닝 1실점)와 필라델피아(5.1이닝 1실점)와 달리 콜로라도는 류현진의 레퍼토리 변화를 파악하고 대비할 시간도 충분했다.
최악의 부진으로 인해 선발 투수로서 입지가 좁아진 류현진은 19일 마이애미를 상대한다. 투수친화구장인 홈 다저스타디움에서 등판, 장타에 대한 부담은 한결 덜하다.
류현진은 마이애미를 상대로 통산 2경기 1승 1패 ERA 2.57을 기록했다. 2013년 5월 11일 6.2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2013년 8월 19일 7.1이닝 3실점 호투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마이애미는 현재 161득점으로 리그 12위다. OPS 역시 0.719로 리그 12위다. 전체적으로 볼 때 득점력이 뛰어난 팀은 아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타자들이 포진했다.
가장 뜨거운 타자는 마르셀 오수나다. 지난 시즌 148경기 OPS 0.773 23홈런을 기록했던 오수나는 올해 38경기에서 벌써 11홈런을 쏘아 올렸다. OPS는 0.957에 이른다. 컨택과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는 아니지만 올 시즌 파워 잠재력이 만개했다.
파워에서 오수나보다 더 위협적인 타자가 있다. 바로 지안카를로 스탠튼이다. 스탠튼의 올해 타율은 0.253으로 그리 높지 않지만 장타율이 무려 0.527에 이르는 홈런 타자다. 메이저리그 최강의 파워로 평가받는 스탠튼은 오수나와 마찬가지로 11홈런을 기록 중이다.
작년 체인지업을 상대로 타율 0.275, 장타율 0.625, 4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체인지업에 강점이 있다. 올해도 킹 펠릭스의 체인지업을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오수나와 스탠튼이 가장 경계할 타자라면 J.T. 리얼무토와 디 고든은 가장 까다로운 타자다. 고든(85.7%)과 리얼무토(85.6%)는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컨택(%) 26위와 27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타자들이다. 리얼무토는 올해 체인지업을 노려 12타수 7안타(2루타 1)를 기록 중이다.
마이애미 타자들은 분명 쉬운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쿠어스필드에서 만난 콜로라도 타선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지난 경기에서 악몽을 경험한 류현진도 다시 한 번 재정비를 한 뒤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관전포인트는 역시 체인지업 활용 여부다. 속구 구위가 예전 같지 않은 류현진에게 체인지업 구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볼넷 억제도 중요하다. 지난 경기 류현진은 안타도 많이 맞았지만 볼넷도 6개나 내줬다. 콜로라도 타자들이 변화구에 좀처럼 방망이가 따라 나오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마이애미 타자들이 스윙을 아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콜로라도가 그랬던 것처럼 타석에서 기다리는 전략을 취한다면 이번에도 볼넷 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선발투수로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류현진에게 이번 마이애미전은 무척 중요하다. 볼넷 허용을 최소화하며 5이닝 이상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1주 전 악몽을 덮을 수 있는 투구를 보여주며 다저스 선발 마운드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길준영 /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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