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선임, 축하 할 여유가 없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꿈 이뤄..월드컵 본선까지 수장 역할
슈틸리케 체제서 사라진 원칙 살리고 손흥민 공백 메워야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싶다”고 했던 신태용 감독에게 축하를 건넬 여유가 없다. 현재 한국 축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가 4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술위원회에서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다.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3위 우즈베키스탄에 승점1 앞선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란(홈)전과 우즈베키스탄(원정)전에 승리하지 못한다면, 1986 멕시코 대회부터 계속 밟아오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의 어깨에 놓인 짐의 무게는 보통이 아니다. 국가대표팀 감독 데뷔전인 이란전은 물론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도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무조건 승리가 필요하다.
국가대표팀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하에 대표팀은 국가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한 시즌 65분만 뛴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국가를 대표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중국전에 이어 카타르전에서도 패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호 체제에서 사라진 원칙을 살려내야 한다. 소속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며, 국가를 대표할 자격을 증명한 선수에게만 붉은색 유니폼이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사라진 ‘경쟁’이 되살아나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잃어버린 한국 축구의 강점도 되찾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세밀한 패스 플레이에 장점이 있는 팀이 아니다. 성공적이었던 2002 한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월드컵 모두 강한 압박과 측면 공격에 장점이 있었고, 그 강점은 현재도 유효하다. 어설픈 점유율 축구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술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축구는 오로지 4-2-3-1 포메이션뿐이다. 상대 공격수가 몇 명이냐에 상관없이 수비는 늘 포백이었다. 최전방은 전력이 떨어지는 팀을 상대로도 늘 한 명뿐이었다. 스트라이커의 장기가 득점이 아닌 압박과 수비에 있다는 것은 절망적이었다.
상대의 유연한 전술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처는 기성용의 위치 변화와 함께 4-1-4-1로의 전환 딱 하나였다. 기성용과 구자철, 손흥민 등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이제는 상대의 전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전략도 요구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손흥민과 기성용을 대체할 선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에이스이자 핵심인 두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 만큼, 대체할만한 자원과 전술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 그 실험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제 막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신임 감독에게 가혹할지는 모르지만, 어쩔 수가 없다.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 과연 신태용 감독은 한국 축구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낼 수 있을까. 자신이 ‘난놈’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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