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총수없는 기업집단' 카드 통할까
이해진, 지분율 낮고 최고경영자 아냐 vs 실질적 의사결정권자
공정위 준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결정 '주목'
이해진, 지분율 낮고 최고경영자 아냐 vs 실질적 의사결정권자
공정위 준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결정 '주목'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 배경과 함께 공정위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14일 공정위 기업집단과와 법무자문관실 등을 찾아 면담을 가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내달 네이버의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가능성을 묻고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 달 말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네이버는 대기업의 법적 동일인(총수)을 이해진 창업자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지정해달라는 입장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6조3700억원으로 자산 규모만으로는 준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인 자산 5조원 이상을 충족한다. 이에 공정위는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에 지정할지에 대해 검토해왔으며 이 달 말 지정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준대기업집단은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종속회사들의 기업집단 현황 공시, 비상장사의 중요사항 공시의무 등의 규제를 받게 된다.
아울러 계열사 등 기업집단의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동일인(최상위 지배자)을 함께 지정하게 되며 동일인은 공시의무 위반, 허위 자료 제출 등 회사의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동일인은 법인이나 자연인 모두 가능하지만 포스코와 KT 등 주인없는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왔다.
이 지점에서 이 창업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가 전 의장으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법적책임을 지는 동일인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네이버의 계열사들은 모기업인 네이버가 대부분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로 이 창업자의 지분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의 지분은 4.64%에 불과하고 지금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 유럽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며 "네이버의 계열사인 라인이나 스노우 등의 지분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의 준대기업집단 규제는 재벌 지배 기업의 폐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근본적으로 형태가 다른 네이버에 동일한 방식의 규제를 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의 지배구조는 ‘모회사 밑에 자회사’ 정도로 단순할 뿐만 아니라 가족 등 특수관계인의 개입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해진 창업자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창업자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10.76%)을 비롯, 에버딘애셋매니지먼트(5.04%)과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5.03%) 등 법인을 제외하면 개인으로는 네이버의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데다 창업자라는 상징성이 있는 점도 유력한 동일인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업계에서 네이버의 실제 주인과 의사결정권자를 이해진 창업자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분율뿐만 아니라 영향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회사의 임원 선임이나 사업 확장 등을 결정하는 인물이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약화 가능성에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구글 등 해외 정보기술(IT) 기업과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경영 규제 강화는 곧 회사의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현재 국내에서 유한기업으로 등록돼 있어 법적으로 실적고지 및 감사의무 없이 경영활동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IT업계는 지금도 해외 업체들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급변하는 콘텐츠 시장과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을 개척하는 입장에서 규제는 당연히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창업자가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재벌 총수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글로벌 기업 이미지 구축에도 좋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창업자가 의장직을 사퇴하고 북미·유럽 진출에 매진하던 터에 동일인 지정으로 다시 총수로서의 책임을 맡는 것은 회사의 공격 경영이나 대외적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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