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시장' 넘보는 패션·화장품…영역 파괴로 고객 접점 확대
패션 매장서 아트전 열고 리빙 제품 판매…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시
리빙시장 성장세 따라 수익성 개선 효과도…화장품업계도 '리빙뷰티' 가세
전통적인 '옷가게'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패션 브랜드라고 해서 매장에 옷만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리빙용품까지 갖추면서 브랜드 정체성이 담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영역 파괴 현상은 화장품업계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옷만 판매하던 공간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진열하는 패션 매장이 많아지고 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서울 논현동 플랫폼엘에서 장갑과 향수, 탁자 등 일상적 소재를 예술로 재해석한 라이프스타일 공예를 선보이고 있다. 내년 2월11일까지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오뜨꾸뛰르 장갑·향수 아트전'에선 200여점 이상의 공예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앞서 루이까또즈는 지난 5월 주얼리 아트전과 11월 스카프 전시회를 여는 등 패션 액세서리를 예술 콘텐츠로 확장한 기획 전시로 꾸준히 아트슈머(Artsumer)를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는 문구와 기능성 화장품, 커스텀 주얼리 등 11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협업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가구 디자이너 함도하와 손잡고 가구 전시를 열었다. '센티멘트(Sentiment·정서/감정)’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2층 쇼룸에서 열린다.
구호는 이번 전시에서 함도하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자, 머릿장, 협탁, 조명 등 31개 작품을 전시한다. 또 특유의 컬러감과 곡선이 돋보이는 아트웍을 접목해 스웻셔츠, 에코백, 파우치, 브로치 등 한정판으로 구성한 ‘아티산’ 라인을 선보였다.
구호는 지난 10월 '집'을 테마로 한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 2층을 쇼룸으로 활용해 프랑스 아티스트인 폴 콕스와 협업해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하는 공간으로서 등장한 매장도 있다. LF의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는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의류와 가구, 구두 등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판매하는 시그니처 스토어를 열었다.
이 매장은 '가지고 싶은 남자의 서재 공간'을 콘셉트로 꾸며졌으며, 고급 수트 라인인 '타키자와 시게루' 컬렉션을 비롯해 테이블과 의자 등 가구 아이템이 배치돼 있다. 특히 매장 내 고풍스러운 느낌의 의류 수선실이 있어 구입한 옷을 수선할 수도 있다.
마에스트로는 올해 다국적 가구 브랜드인 '스텔라웍스'와 협업을 시작으로 피규어, 문구류, 식기류, 서적 등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관련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문수 LF 마에스트로 팀장은 "브랜딩에 있어 공간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스텔라웍스 가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의 우수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에스트로 고객들의 기호에 부합하는 아이템들로 시그니처 스토어의 공간을 가꿔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패션업계의 시도는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패션업계가 최근 5년간 연평균 2%대 저성장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리빙제품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리빙 시장 규모는 12조5000억원으로, 2008년 7조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차별화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업계도 리빙시장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은 지난달 유명 판화가 최경주의 프린팅 레이블인 '아티스트 프루프'와 협업한 리빙뷰티 아이템을 론칭했다.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한율 등 아리따움의 4대 브랜드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패턴을 에코백과 파우치, 손거울, 마스킹테이프와 같은 리빙 아이템에 접목했다.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은 명동본점과 강남본점 등 플래그십 스토어에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큐레이션' 콘셉트를 적용하고 있다. 쇼핑과 놀이, 문화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체험 중심의 매장을 만들어 고객의 매장 체류 시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기능 못지않게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의 감성적, 경험적 가치가 중요해졌다"며 "기존 매장들이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 체험과 감성을 전할 수 있는 제 3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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