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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토론은 다음에" 금감원 vs 삼성바이오 '헛심공방'


입력 2018.05.17 23:07 수정 2018.05.17 23:08        부광우 기자

분식회계 여부 공방 첫 감리위 종료…대심제는 차기 회의부터

25일 두 번째 감리위 예고…"결론 도출 생각보다 길어질수도"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에 위원들이 입장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의혹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첫 감리위원회가 예상과 달리 헛심공방만 벌인 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 측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쟁을 벌이는 끝장토론 형식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감리위가 이 같은 대심제 적용을 다음 회의로 미루면서다. 사실상 2라운드를 위한 탐색전이 끝난 가운데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오후 서울정부청사 대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감리위가 개최됐다고 밝혔다. 감리위는 최종 제재를 결정하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문기구다. 이날 감리위에서는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적정성과 고의성을 두고 양측의 해명이 진행됐다.

하지만 당초 예상됐던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간의 열띤 공방전은 펼쳐지지 않았다. 감리위원들이 안건의 방대함과 회사·감사인의 의견진술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대심제를 오는 25일에 열리는 차기 회의부터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심제는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위가 지난달 도입한 제도다. 금감원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시 입장하고 동석해 동등하게 진술을 할 수 있도록 소명기회를 보장한다.

이날 감리위는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사이의 본격적인 논리 싸움에 앞선 전초전 성격으로 마무리됐다. 감리위원들은 향후 회의 진행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우선 가진 뒤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논란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회의 때 취득한 정보는 미공개 정보인 만큼 유출이 일어날 경우 불공정거래가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증선위 종료 전까지 주요 안건 내용과 심의내용의 유출에 엄중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대외누설에 책임이 있는 위원을 해촉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참석한 위원들의 휴대폰까지 모두 수거하면서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금감원의 안건보고가 진행된 후 금감원 회계조사국과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 등은 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명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금감원은 설립 이후 계속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가 2016년 11월 주식 시장 상장 전해인 2015년에 갑자기 1조9000억원의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는 금감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 사장은 감리위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사의 분식회계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의구심이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고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번 감리위를 앞두고 금융위는 시장 혼란 등을 고려해 빠르게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감리위 후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와 관련된 이번 징계 여부 결정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금감원과 삼성바이오의 본격적인 대결이 다음 감리위로 미뤄지면서 전반적인 일정도 기존 관측보다 길어지지 않겠냐"며 "특히 과거에도 사회적 논란과 관련된 제재의 경우 감리위와 증선위가 여러 차례 열렸다는 점과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최종 결정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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