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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동맹공조 회복이 최우선 과제이다


입력 2019.04.05 06:00 수정 2019.04.05 06: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문가 4인 공동칼럼> 국민은 한미동맹을 걱정한다

정부의 강변(强辯)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비대칭 동맹의 본질은 ‘자율성-안보 교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전문가 4인 공동칼럼> 국민은 한미동맹을 걱정한다
정부의 강변(强辯)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비대칭 동맹의 본질은 ‘자율성-안보 교환’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2017년 11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2017년 11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

4월 10~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청와대는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양국 간 공조 방안에 관해 심도 있는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예측이 가능하고 회담이후 달라질 것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북한, 북핵, 한미동맹 등에 관한 정부와 대통령의 기존 인식과 접근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한미동맹은 점점 형해화되고 한국의 안보는 더욱 취약해지며 국민의 불안은 가중될 것이다. 어쨌든,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기로에 내몰린 북한을 구출(?)하고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성사시키겠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상황인식과 목표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국민은 한미동맹을 걱정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달리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28-29 트럼프 대통령과의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대북 제재의 대부분을 해제하라고 요구하면서도 핵탄두나 미사일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 정부와 군은 북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억제 및 방어대책에 매진해야 할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려있고,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하기보다는 미국에게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식이다. 이런데도 국민이 정부와 군을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국민들은 현 상황에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포함한 미국의 안보지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동맹 철폐를 최대의 대남 전략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한미동맹이 취약해지고 있다. 매년 봄에 실시하던 ‘키 리졸브’와 ‘폴 이글’ 연합훈련은 ‘동맹-1’이라는 컴퓨터 모의 연습으로 대체되었고, 여름에 실시되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도 지난해 취소된 데 이어 ‘동맹-2’라는 컴퓨터 모의 연습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컴퓨터 모의로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훈련할 수 없는데다, ‘반격’ 단계의 훈련이 제외됨으로써 동맹의 핵심요소인 미 증원군 전개를 점검할 수 없다. 이외에도 해병대의 ‘쌍룡훈련’이나 공군의 ‘맥스 선더’ 훈련이 한국군 단독으로 실시되고 있고, 미 해병대는 한국군과 협조없이 단독으로 C-130H 수송기 등 20여 대의 항공기를 동원하여 특수전 작전을 훈련했다. 국민들이 동맹을 걱정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정부의 강변(强辯)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지금도 대통령과 정부는 한미동맹은 굳건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맹이 확고하다고 강조하고 있고, 외교부 대변인도 연일 유사한 발언을 한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중 일부가 한미공조의 틈을 벌리려 한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정부의 말처럼 동맹이 굳건하고 일부 국민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미국의 안보지원이 한미동맹의 핵심이기 때문에 동맹의 건강성을 좌우하는 큰 변수는 당연히 미국이다. 그런데,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이 광범하게 확산되어 있다. 실제로 한국의 일부 언론과 인사들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가 북한의 핵보유 의지가 아닌 미국의 ‘과도한 요구’ 때문이라고 인식하며, 한국 정부는 수시로 대북 경제제재의 예외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정책 시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는 중에 한국 선박이 북한의 석탄을 환적거래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에게 협조를 구하면 될 일은 미국은 해안경비대 소속 4천500톤 급 버솔프(Bertholf)함을 파견하여 직접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역설적으로 말해, 정부가 동맹이 굳건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 자체가 동맹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동맹이 실제로 확고하다면 반복적으로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동맹의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동맹 약화를 초래하고 있는 현 정책기조들을 고수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 불안하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박휘락 국민대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비대칭 동맹의 본질은 ‘자율성-안보 교환’

미국의 알트펠드(Michael F. Altfeld)·모로우(James D. Morrow) 교수가 주장하는 ‘자율성-안보 교환(autonomy-security trade-off)’ 이론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동맹을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등한 국가 간의 ‘대칭’ 동맹에서는 피침시 상호 군사력을 지원하는 것이 동맹의 근본 원리이지만, 국력차이가 큰 국가들 간의 ‘비대칭’ 동맹에서는 약소국은 강대국의 군사력을 필요로 하지만 강대국은 약소국의 군사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때 강대국이 요구하는 것은 자율성의 양보이다. 즉, 자신의 대외정책을 지지해주거나 자국군의 주둔을 허용하고 비용을 부담해 주기를 요구한다. 약소국은 강대국의 이런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안보지원을 받거나 자율성을 양보하지 않음으로써 강대국과의 동맹을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과거 소련과의 동맹이나 현재 미국과의 동맹은 모두 비대칭 동맹이다. 따라서 과거 소련의 위성국들은 소련의 요구에 복종적이었고, 현재 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회원국들도 자율성의 일부를 양보하여 미국의 세계전략을 지지하고 미군 주둔을 허용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의 2%대 국방비를 쓰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해 나가고 있다. 일본도 유사한 행보를 해왔고 한국도 그랬다. 유럽, 일본, 한국의 선배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여 미국의 안보지원을 득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고 미국의 요구가 크게 강압적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한국 정부는 이러한 ‘자율성-안보 교환’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사드(THAAD) 배치에 여전히 미온적이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국의 대북 압박에는 충분히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와 같은 북핵 위협 상황에서도 작전통제권의 조기 분리에 집착하면서 방위비분담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게 안보지원을 제공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하니 어찌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겠는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번 4월 10~11일 방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할 일은 너무나 분명하다. 지금은 한국의 대북 포용이 북한의 핵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강경 입장은 확고하고 북한의 입지는 매우 어렵다. 즉, 북한이 경제적으로 한계에 내몰린 가운데 미국은 대북제재를 유지·강화하면서 확실한 핵포기 약속을 내놓으라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어쩌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대에 이어 두 번째로 도래한 북핵 해결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이런 때에는 북한에게 핵포기 이외에는 생존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며, 한국이 여기에 엇박자를 낸다면 ‘북핵 해결과 동맹공조 복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방미를 통해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솔직한 의견과 재미교포들의 우려를 있는 그대로 청취할 필요가 있으며, 미국에게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난 해 유럽 방문 시 대북제재 해제를 요청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적 입지가 매우 이상해졌고 한국의 정체성까지 의심받게 되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북한편’에 서서 미국에게 이런 저런 요구를 한다면 미국 정부와 의회 그리고 조야는 문 정부와의 협의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동안 한미 간에 쌓인 불신이 워낙 많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동맹의 문제점을 의식하고 동맹공조 복원을 위한 행보를 보인다 하더라도 당장 한미 간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고 동맹의 미래를 기약하는 길이다.

글/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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