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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지소미아 파기: 설마 ‘조국’ 물타기일까


입력 2019.08.24 09:00 수정 2019.08.23 20:36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휘락의 안보백신> 군사정보 보호협정은 우호적 관계의 상징에 불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더욱 필요한 국가는 한국…주권과는 전혀 무관

당장 파기를 철회해야…결국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박휘락의 안보백신> 군사정보 보호협정은 우호적 관계의 상징에 불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더욱 필요한 국가는 한국…주권과는 전혀 무관
당장 파기를 철회해야…결국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데일리안DB

정부는 2019년 8월 22일 일본과의 군사정보 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였다. 체결된 지 겨우 3년 만에 파기되는 것이다. 체결할 때도 말이 많았지만, 체결된 이후에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채 한국과 일본 간의 외교관계만 심각하게 손상시킨 후 파기되는 셈이다.

군사정보 보호협정은 우호적 관계의 상징에 불과

한국에서는 영어로 쓰면 멋있게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전문가들이 ‘지소미아’라고 하더니 이제는 일반화되어 대부분 영어를 쓴다. 그러나 공식적인 한글 용어는 ‘군사정보 보호협정’이다. 더욱 정확하게 번역하면 ‘군사정보의 보안에 관한 일반협정’이다. 어떤 국가의 군대 간에 군사정보를 교환해야할 상황이 발생하면 서로가 자신의 비밀처럼 신뢰성있도록 관리주겠다고 약속하는 문서이다. 군사정보 교환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라 교환하게 되면 잘 관리하자는 약속으로서 최근에는 서로의 군대가 우호적인 관계라는 것을 천명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체결되고 있는 평범한 사항이다.

현재 한국은 30여개국과 이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있는데, 다른 국가들도 유사하다. 일본의 경우에는 60여개국과 이를 체결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국가에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과 같은 우방국도 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헝가리 등 과거 동구권 국가들도 포함되어 있다. 많은 국가와 협정은 체결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군사정보의 교환은 거의 없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외교적 상징성으로 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국은 자유민주의 이념을 공유하고 있고, 냉전시대에 공산주의의 침략에 함께 대응해 왔으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연결되어 있는 일본과 그 협정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파기하기로 결정하였다. 협정의 유무 자체만으로 해석해보면 한국은 일본을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헝가리보다 가깝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된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더욱 필요한 국가는 한국

일본과의 외교적 분쟁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어느 국가 간에도 견해의 차이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외교적 분쟁의 수단으로 한국이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폐기하는 문제를 토의하다가 파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차원에서 외교적 카드로 사용할만큼 중요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협정이 체결되기 이전에도 일본과 활발한 군사교류 및 협력을 해왔듯이 군사정보는 다른 방법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을 한국 사람들만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여 폐기 여부를 시끄럽게 떠들고 있으니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에 대하여 이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와 같은 카드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주요물자의 수출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데서 시작하여 그것을 한국 상품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고, 나중에는 수출 자체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에 의존하는 것은 많지 않아서 한국은 그러한 카드 자체를 쓸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사용할 효과적인 카드도 없으면서 한일분쟁을 벌인 셈이고, 따라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신음하면서도 마땅한 카드가 없어서 반전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한국의 결정을 보면서 일본은 한국이 대응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을 파악했을 것이고, 앞으로는 더욱 기세등등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를 발표하면서 일본에 주던 어떤 수혜를 중단하는 것처럼 발표하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북핵 위협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따라서 북핵에 대한 정보의 필요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한일 간의 정보교환은 대체적으로 한국의 인적정보와 일본의 기술정보를 교환하게 되는데, 일본은 한국의 인적정보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한국의 경우 북한 미사일의 정확한 발사지점, 경로, 탄착지를 알기 위해서는 일본의 위성과 레이더를 통한 교차점검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더욱 손해지만 일본도 조금 손해보니까 이것이라도 폐기하겠다는 것은 자해(自害) 조치이다. 언론에서도 이에 대하여 일본이 상당한 곤란을 느낄 것처럼 보도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주권과는 전혀 무관

2012년 체결하려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하루 전에 중지시켰을 때 야당에서는 그것이 ‘을사늑약’에 해당될 정도로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고, 지금도 자존심의 고양이라고 주장하는 인사들이 많다. 그러나 이 협정 어디에도 주권침해에 해당되는 사항은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의 경우 과연 이 협정을 읽어보기라도 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협정의 제1조는 목적으로서 “양 당사자는 각 당사자의 유효한 국내법령에 부합할 것을 전제로 여기에 제시된 조건에 따라 군사비밀정보의 보호를 보장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제2조는 협정에 사용되는 용어에 대한 정의를 열거하고 있고, 제3조는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국내법령 변경 시 다른 쪽에 통보한다는 내용이다. 제4조는 한국과 일본이 적용하는 보안분류의 종류를 표시하는 것인데, 한국의 경우 군사 1, 2, 3급 비밀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제5조는 이 협정에 따른 보충 이행 약정을 맺을 수 있는 권한 부여에 관한 내용이다.

제6조가 이 협정의 핵심적인 사항인데, “군사비밀정보 보호의 원칙”이라고 하여 서로의 군사비밀을 교환할 때 준수해야할 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접수당사자는 제공당사자의 사전 서면 승인 없이 제3국의 어떠한 정부, 사람, 회사, 기관, 조직 또는 그 밖의 실체에게 군사비밀정보를 공개 하지 아니할 것”이라든지, “접수당사자는 제공당사자가 부여하는 보호에 실질적으로 상응하는 정도의 보호를 군사비밀정보에 제공하기 위하여 자신의 유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든지, “접수당사자는 제공당사자의 사전 서면 승인 없이 군사비밀정보를 제공 된 목적 외의 어떤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하지 아니할 것” 등이다.

제7조는 군사비밀정보에 대한 인원의 접근에 관한 제한을 언급하고 있고, 제8조는 상호 시설의 방문, 제9조는 정부 대 정부 간 경로 사용, 제10조는 시설의 보안에 관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제11조는 제공된 군사비밀정보의 적절한 보관, 제12조는 군사비밀정보 전달 시 보안 요건 보장, 제13조는 파기 방법, 제14조는 복사한 비밀의 통제, 제15조는 번역할 때의 보안, 제16조는 계약자에 대한 군사비밀정보의 공개, 제17조는 분실 및 훼손했을 때 통보 및 조사, 제18조는 대표자의 상호방문 허용, 제19조 협정 이행에 대한 비용의 각자 부담, 제20는 협의에 의한 분쟁 해결, 마지막으로 제21조는 효, 개정, 기간 및 종료의 날짜와 기간에 관한 사항이다.

이러한 협정의 내용을 보면 너무나 평범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우리의 주권 즉 일본이 요구하면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명시된 사항은 없다. 2016년 이 협정을 체결한 후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주권의 간섭을 받은 적이 있는가? 서로가 비밀을 교환할 경우 서로 믿을 수 있게 관리하자는 약속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파기 여부를 거론하고, 일본에 대한 대응카드로 파기를 결정한다는 것인가?

당장 파기를 철회해야

정부는 지금이라도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결정을 철회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한일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일본과의 분쟁과 관련하여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라는 자해카드를 사용했는데도 일본이 수출규제는 철회하지 않으면 다음에 어떤 카드가 있는가? 적어도 2-3단계 이후의 조치는 생각해놓고 일본과의 분쟁을 악화시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 분김에 저질로 놓고 수습도 못한 채 오로지 국민들의 반일감정만 자극하는가?

이번 한일관계 악화는 지난 해 11월 내려진 징용문제 배상에 관한 한국 대법원의 결정이 배경이라고 대부분이 말하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 정부가 ‘애칭가스’를 비롯한 일부 물자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여기에 정부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일본의 의혹제기가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부터 밝혀야 한다. 이미 한국의 다수 선박들이 북한의 석탄과 석유를 불법적으로 환적한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들이 애칭가스를 북한으로 유출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정부는 해당 회사에 조사단을 물자의 향방을 정확하게 조사한 후 국민들에게 발표하고, 그 결과를 일본에게 통보하면 된다. 물자의 향방만 규명되면 당연히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일본이 철회하지 않으면 국민들도 정부의 대일조치에 적극 동참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의 경우 그러한 조치는 하지 않은 채 일본의 수출규제만을 강경하게 비난하니 상식적인 사람들은 정부가 뭔가를 숨기고 있고, 그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강경책을 지속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의 종료가 한미동맹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정부의 결정 후 미 국무부가 낸 논평은 “강한 우려와 실망”이었고, 그 전에 파기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고 언급하였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당일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하여 알았다면서 “실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할 경우 미국의 핵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이렇게 경시해도 되는 것인가?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현 정부가 한미동맹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사항은 정부가 조국 법무부장관에 관한 논란을 물타기하고자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를 결행했다는 의혹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가 8월 23일 국회에서 주재한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백해무익하고 자해 행위나 다름없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자 국민 여론의 악화를 덮기 위해서 파기를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아무리 현 정부가 이상하지만 그 정도일 것으로 추측하기는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어제까지도 연장될 것으로 대부분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파기로 선회한 것에도 석연치 않는 점이 없지 않다.

결국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일본과의 군사정보 보호협정 파기를 통하여 드러난 사실은 우리 정부가 국가의 안보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법 66조 2항에 명시된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라는 대통령의 책무보다 일본에 대한 감정과 정치적 이익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심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처럼 계속 걱정만 해야 하나?

결국 국민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안보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하고, 철저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촉구하는 국민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안보를 중요시하는 정당, 정치인, 전문가들을 지지하고, 그 반대의 사람은 비판해야 한다. 선거가 열리면 안보를 중요시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표를 몰아주고, 그들이 정권을 잡아서 안보를 철저하게 보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안보를 중요시하는 정당과 정치 지도자는 안보를 중요시하는 참신한 인재들을 두루 영입하여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언론과 지식인들이 이러한 안보중시 경향을 주도해야 한다. 개인에게 건강이 문제시될 경우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없는 마찬가지로 국가에서도 안보가 위태롭게 될 경우 그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없다.

유감스럽지만 우리 민족은 역사를 통하여 국가의 안보위기를 지혜롭게 대비 또는 극복하지 못하였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 모두 제대로 대비하지 않다가 굴욕적으로 패배하였다. 지금이 환난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던 과거 시대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국민들이 달라지지 않을 경우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가 반복될 확률은 높다. 지금이라도 우리 국민 모두는 안보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단결하여 안보를 중요시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선택하고자 철저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다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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