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경기하락, 일반적 경제공식 적용 어려워
“부동산 시장 영향, 오로지 코로나에 달려있어”
“매수심리 위축…외환위기처럼 집값 하락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기준금리 0%대 시대’를 열었지만 이번에는 ‘금리인하=부동산 시장 활성화’라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경제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로 대출을 통해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발 경기하락이 나타나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이 같은 일반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돼 오히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금리인하의 부작용 중 하나가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는 것이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워낙 강해 이번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중국과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지역에 국한했지만 지금은 세계 경제의 한 축인 미국까지 확산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벌써 충격이 왔기에, 우리나라의 평상시 통화정책이 현재 부동산 시장을 과열하는 파급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제 전반적인 변동 상황은 금리인하가 아니라 오직 코로나19에 달려있다”며 “금리인하에 따른 일반적인 영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경제적 여파를 비관적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가 금융시장·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클 것으로 진단했다.
과거 감염병들이 직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주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집값이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아울러 경기침체에 따라 전반적으로 경제가 위축됐고, 앞서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를 시행하고 있기에 금리인하로 인한 부동산 시장 여파는 더욱 고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재 주택시장에는 코로나 악재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했다.
심 교수는 “금리인하를 시행해도 거시경제 환경이 좋아야 대출여력이 늘어나야 집을 살텐데, 지금은 대출규제가 강화돼 집을 살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금리인하 자체는 단기적인 쇼크를 줄 수 있으나 부동산 시장 영향은 금리보다는 경기전망이 더 중요하다”며 “고용률·성장률·소득효과 등 기초체력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금리 인하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대출규제와 코로나19가 변수”라며 “자금 대출 이미 다 막혔고, 부동산 규제정책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뒤 인터넷을 통한 생중계 기자간담회를 열어 "주택 가격은 금리 요인 외에도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이미 수년간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에 시장에서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주택시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차피 저금리 기조인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