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 신기술·신산업 요구되는데…노동혁신은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입력 2020.05.13 12:15  수정 2020.05.13 12:33

“정부 제시방안은 맞지만 구체적 실천방안 결여”

고용 환경변화 따른 노동개혁 필요 요구 봇물, 과제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과제”


국제 간호사의 날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2020년 다시 쓰는 나이팅게일 선언’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집권 4년째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문제는 경제’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상황을 거론하며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공언했다.


현 ‘경제 전시상황’에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처방으로는 ICT 분야의 인프라와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경제와 함께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 육성을 미래먹거리로 지목했다.


또 이를 위해 기업의 유턴과 해외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유치 전략을 추진하겠다고도 공표했다.


이 같은 정부의 방향성에는 업·재계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행력이 될 축인 노동부분에 대한 해법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코로나 고용쇼크’로 인해 실직의 공포와 불확실성의 위축이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을 넘어 정규직과 중견기업, 대기업 종사자들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고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56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7만6000명이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미쳤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래 최대의 감소폭이다.


실제 통계상 취업자 수가 2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위기에 직면한 최악의 상황에서 고용의 주체격인 재계의 노동유연화라는 요구가 그냥 지나칠 일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노동개혁은 정부도 필요성을 이미 알고 있고 정부가 내건 선도형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노동유연성과 규제개혁, 법인세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결여됐다는 비판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코로나19로 경제체질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관련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선도형 경제 달성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활동은 줄고 생산위축은 커지는 현상에서 변화하지 않는 노동구조로는 고용불안과 더 나가 경제적 위기 극복을 말하기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노동계의 반발과 정부의 친노동 기조가 넘어야 할 산이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개혁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안정적인 성장의 길로 인도하는 것도 국가의 책무라는 면에서 볼 때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13일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의 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방안 논의에서도 “다른 선진국들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대등하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고, 보다 유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노동제도를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그래야 해외에 나간 우리 기업들도 다시 국내로 되돌아올 수 있고, 투자 매력국가로 거듭날 수 있다는 당위론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도 이 같은 고용위기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대응방안으로 고용안전망 구축을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제 추진과 국민취업지원제도 확대를 제시했다.


또한 이날 고용노동부는 문 정부에서 공약했고 국정과제로 포함됐던 직무급제와 관련해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3년 만에 시동이 걸린 직무급제는 대표적 임금체계인 호봉제가 저성장·고령화 시대 기업의 인건비 부담에 따른 고령자 조기퇴직과 청년층 채용 여력의 감소를 야기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제도개선이며, 고용연장의 전제조건으로 ‘연공서열 폐지’ ‘직무급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논거다.


고용부는 올해 ‘직무 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신설해 직무급제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에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면서 예산 4억원을 편성했다. 임금체계 개편 절차와 방식, 법률적 고려사항, 직무분석·평가방법 등을 담은 안내책자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도 발간해 기업에 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직된 노동제도와 고용연장이라는 기업 부담, 노동계 반발 등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나온다.


생산가능인구 급감이 현실화되고 있고 공공 부문에서조차 도입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철강·보건의료·정보기술(IT)·호텔·금융 등 직무평가 수단이 개발된 8개 업종의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은 자칫 직무평가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으로 제도도입에 오히려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기업들은 협력적인 노사관계 정립과 보다 유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노동제도를 만들어 나가도록 정부가 토대를 만들고, 그 전제조건으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과제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이 이미 제시한 노동개혁 방안인 ‘재교육, 노동유연화,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공감대가 노동 개혁의 최대 적기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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