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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속도내는 미국...한국, 총 예산 60억에 뒤처질까


입력 2020.05.20 06:00 수정 2020.05.20 05:21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글로벌 기업들 앞다퉈 개발 경쟁… 신속한 공급이 발등의 불

미국 제약사 한 곳이 6000억원 지원 받아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자료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미국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이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파격적인 지원금을 투입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예산 자체가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이라는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정부·민간 제약사·군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개별 제약사가 각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대신 정부의 주도하에 제약사들이 합동으로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다. 내년 1월까지 3억명에게 투여할 수 있는 백신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코로나 사망자 1위인 미국이 발 빠르게 백신을 개발해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겐 백신 개발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출범시킨 백신 개발 국제 공조 프로젝트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후보군은 115개다. 후보물질 탐색 단계가 92개, 임상 전 단계가 18개, 임상 단계가 모더나 이노비오 등 5개다.


세계에서 임상에 가장 빨리 착수한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테라퓨틱스는 18일(현지시간) 45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1상 결과 참가자 모두에게서 코로나19 항체가 생성됐다고 발표했다. 2차 투여 후 약 2주 후인 43일째 되는 날 항체 수치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의 혈액 샘플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중국 캔시노바이올로지컬, 선전 제노면역의학연구소도 아데노바이러스와 렌티바이러스를 벡터(일종의 형틀 기능)로 삼은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에 진입한 상태다. 아데노·렌티바이러스가 체내 투입이 쉽다는 점에 착안한 백신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 GC녹십자, 셀트리온 등 K바이오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한 기업은 없다. 이미 임상 1~2단계를 밟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뒤처진 셈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미국 기업(이노비오파마슈티컬)의 DNA 백신을 도입해 임상 1·2상을 오는 6월 한꺼번에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임상에 사용하는 핵산 백신(DNA·RNA 백신)은 아직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다.


셀트리온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회사들 중 하나다. 셀트리온은 최근 중화능력 검증에서 최종 항체 후보군 38개를 확보했다. 특히 이 중 14개는 강력한 중화능력을 보였다. 중화능력 검증은 항체와 바이러스를 혼합해 숙주세포에 감염시킨 후 항체에 의해 숙주세포가 살아나는 정도를 알아보는 시험법이다.


셀트리온은 실험용 쥐 대상 효력시험 및 영장류 대상 독성시험을 병행 실시해 개발 기간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임상시험은 이르면 7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을 찾는데 성공, 동물 실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이 회사는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360만달러(약 4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기로 했다.


회사는 미국의 세계적 항원 디자인 연구소와 협력, 게이츠재단의 지원금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공정개발 및 비임상 시험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9월부터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제넥신, 바이넥스, 제넨바이오, 국제백신연구소, 카이스트, 포스텍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코로나19 DNA 백신 'GX-19'의 임상을 위한 원제의약품 및 완제의약품 생산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이달 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 6월 초 임상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바이오 속도 내기엔 초라한 예산… '실탄 부족'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투입된 예산은 예비비와 1·2차 추경을 합해도 총 60억원 정도다. 미국 모더나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5억 달러(약 6000억원) 규모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을 출범하고 3차 추경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R&D 예산을 반영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백신에는 일가견이 있는 기업이 여럿 있는데, 미국이나 중국처럼 파격적인 지원이 없어 아쉽다"면서 "백신 국수주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각 국가들이 협력보다는 각개전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더 속도를 내려면 임상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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