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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중단 이어 5.24 조치 '사문화'까지…북한, 어떻게 반응할까?


입력 2020.05.24 06:00 수정 2020.05.24 06:0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통일장관 "5.24 조치 상당 부분 실효성 상실"

'대북 저자세' 논란 피하려 '폐지'는 검토 안 하는 듯

美中 갈등‧대북 제재 영향으로 北 호응 가능성 낮아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최남단 기정동 마을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최남단 기정동 마을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가 북한이 연일 비판해온 군사훈련을 연기한 데 이어 5.24 조치 '사문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대북 협력 의지를 거듭 밝힌 상황에서 '남북 독자공간 마련'을 위해 적극성을 내비친 셈이지만 북한 호응을 이끌어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2일 사단법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창립총회 축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5.24 조치는 현재 남북교류협력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그동안 유예 조치를 통해 상당 부분 실효성을 상실해왔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해당 행사 축사에서 "같은 한반도 하늘 아래 마주하며 살아가는 남북한은 운명을 공유하는 사이"라며 "정부 차원에서는 포괄적인 남북 보건의료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남과 북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서로의 손을 잡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일부는 지난 20일 이후 역대 정부의 예외·유연화 조치를 근거로 5.24 조치를 사실상 사문화시켰지만, 공식 폐기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5.24 조치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상응 조치 성격을 갖는 만큼, 북한의 공식 사과 표명 없이 폐기를 선언할 경우 '대북 저자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0년 간 이어져온 '자체 대북 제재'까지 손보고 나섰지만, 북한 호응 없이 '새 국면'을 맞긴 어렵다는 평가다. 당장 5.24 조치 사문화와 관련해서도 북한 화답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렇다 할 진전이 있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5.24 조치와 관련해 "남북 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면서 "북한 선박이 우리 측 제주항로를 통과하는 문제 같은 경우 남북 간 해사통신 재개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24 조치는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및 입항 금지 △남북 간 교역 전면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및 북한 주민과의 접촉 제한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 지원 사업 원칙적 보류 등 5가지로 구성돼있다.


전문가들 "남북 관계보다 미중 갈등에 관심 많을 것"
美, '5.24 사문화' 관련해 '제재 이행' 강조하고 나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요 관심사가 남북 협력보다 미중 갈등 향배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제안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지금 북한의 관심사는 남북관계가 아니라 미중 갈등"이라며 "북한이 당연히 중국을 선택하겠지만 미국 국민, 미국 정부가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유심히 지켜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핵화 협상이 '미중 대리전' 성격을 갖는 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양국 관계를 우선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전 전 원장은 우리 정부의 5.24 조치 사문화와 관련해선 '상징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대북 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선다고 북한이 크게 얻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미대화가 미 대선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이 남북협력 대신 군사도발을 감행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 연구실장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통화에서 "대화에 바로 나서는 것과 핵무력을 완성한 뒤 대화에 나서는 것 중 무엇이 더 유리하겠느냐"며 "군사도발 후 순간적 위협이 있겠지만 핵미사일 보유국 입장에서 뭐든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 대표는 △인도적 지원 △개별관광 △철도 연결사업 등 정부 추진 대북사업과 관련해선 "북한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사업에 큰 관심을 두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대북 관계 개선을 꾀하는 우리 정부에 '대북 제재 이행'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국무부는 우리 정부가 5.24 조치 사문화와 관련해 북한 선박의 제주 해역 통과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비핵화와 연동된 남북협력'을 거듭 강조해온 만큼, 5.24 조치 사문화가 제재 이탈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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