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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소송 속도 높여야"


입력 2020.06.05 09:00 수정 2020.06.04 11: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의혹 털고 가야 앞으로의 선거가 후유증 남기지 않을 것

법원, 속히 소송을 진행하여 이런 사태 조기 종식시켜야

일방적 의혹 계속 재생산. 확산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해

지난 4월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인쇄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용지가 인쇄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우리나라 선거사에 기록될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개표가 조작됐다며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전국 80개 지역에서 무려 1100만 여장의 투표지에 대한 재검표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한나라당 후보의 표는 135표가 늘어나고 당선자의 표는 785표가 줄어드는 결과를 확인하였다. 1100여만 표 중 불과 1000표 정도의 변동이 있었고, 그것도 부정이 개입한 결과가 아니라 대부분 유·무효 판단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결국 당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에 실시된 4차례씩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각각 3개 선거구와 25개 선거구에서도 재검표가 이뤄졌지만, 단 한 곳에서도 당락이 번복되지 않았다. 특히 동점표를 비롯해 10표 미만의 표차로 소송이 제기되었던 17개 구.시.군의원 선거 재검표에서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러한 전례들은 선관위의 개표가 얼마나 정확하게 이뤄지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28일 중앙선관위는 투·개표 공개시연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제21대 총선이 끝난 후 일각에서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하여 투표지 바꿔치기나 득표수 조작과 같은 부정행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특히 투표지분류기, 노트북 등 선거에 사용된 장비를 해체해 보이며 까지 ‘모든 부분에서 보안체계를 갖춰’ 해킹이나 외부통신에 의한 득표수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의혹의 눈으로 보면 어떤 해명도 거짓 변명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30여만 명이 참여하는 투·개표 과정에서 누군가의 미숙함으로 일어났을 단순 착오나 실수, 또는 기계적 오류가 부정의 증거로 둔갑하고 있다. 하긴 선관위에 컴퓨터가 단 한 대도 없었던 1987년 제13대 대선 때에도 야당과 정의구현사제단 등이 컴퓨터 부정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 허무맹랑한 의혹에 현혹되었던 점을 돌이켜본다면, 그런 시연이나 설명만으로 의혹을 거둬드릴 것이란 기대 자체가 무리였다 할 것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위 여부는 결국 법원의 검증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총선 역사상 기록적인 139건의 선거소송이 제기된 것은 안타깝지만 다행이라 할 것이다. 만약 일부 지역에서만 소송이 제기되어 부정이 없었음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다른 선거구에 대한 부정 의혹은 계속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의혹을 털고 가야 앞으로 실시될 선거에서 같은 후유증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대부분의 야당 정치인들이 개표조작 의혹에 동조하지 않는 것도 2002년 1100여만 표에 대한 재검표의 교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제21대 총선이 실시된 지도 2개월이 되어간다. 과거 총선 관련 선거소송은 일부지역에 국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2개월 내에 재검표를 한 사례가 적지 않다. 짧게는 40여일 만에 실시된 경우도 있다. 이번 소송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제기되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검증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의혹은 부풀려지고,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정치 불신 또한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해당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은 불안한 신분으로 의원직을 수행해야 한다.


법원은 속히 소송을 진행하여 이런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 아울러 의혹을 제기하는 측에서도 이미 소송이 제기되었으므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옳다. 일방적인 의혹을 계속 재생산. 확산시키는 것은 불신과 불안을 조장하고, 앞으로 실시될 검증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오해받을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이 그만큼 더 무거워질 것이다. 국민들도 의혹에 휘둘리지 말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하겠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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