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양광 산업 벼랑 끝에 내몰렸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5.07.06 07:07  수정 2025.07.06 07:07

태양광 모듈 공급체인 全 부문 가격 2023년보다 60~80% 급락

中 태양광 업체 올해 50개 이상 파산·상장기업 39社 적자 기록

美 징벌적 관세와 과잉생산,가격인하 경쟁 등 ‘트리플 악재’ 탓

中 업체, 원가 못 미치는 출혈 수출로 글로벌 산업 생태계 교란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앞줄 왼쪽)이 지난 3일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감세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통과 직후 공화당 의원들과 가진 법안 등록식에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 태양광 산업이 빈사 상태에 빠졌다. 미국의 징벌적 관세정책과 국내 과잉 생산, 이에 따른 제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할인 등 ‘트리플(3가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중국의 태양광 공급체인에 속한 50개 이상의 업체들이 올해 파산 신청을 했으며, 121개 태양광 공급체인 상장기업 가운데 39개 업체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태양광 공급체인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폴리실리콘을 가공해 제조한 실리콘 웨이퍼 ▲웨이퍼에 들어가는 태양전지 셀 ▲셀을 연결해 만드는 모듈 등을 제조하는 업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공급체인 모든 부문의 가격은 지난 2023년 정점에서 2024년 60~80% 곤두박질쳤다.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징커넝위안(晶科能源·Jinko Solar)의 주가는 올해 뉴욕 증시에서 30% 가까이 폭락해 2022년 정점 대비 60% 이상 급락했다.


징아오타이양넝(晶澳太陽能·JA Solar)과 퉁웨이(通威), 톈허광넝(天合光能·Trina Solar), 룽지루넝(隆基綠能·Longi), 셰신신넝위안(協鑫新能源·GCL) 등 주요 태양광 모듈업체들도 2022년 이후 무려 80%까지 폭락했다. 태양광 제조업체인 진넝칭제(晉能淸潔·Jinergy)의 양리여우(楊立友) 총괄 책임자는 "모두가 이 경기 침체가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될지 알 수가 없다"며 "이 침체는 완화되지 않았으며, 예상보다 더 깊고 길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23일 중국 동부 장쑤성 쓰훙현 태양광 패널 생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패널 작업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중국 태양광 산업 위기의 원인은 우선 미국의 징벌적 관세정책이 꼽힌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 태양광 모듈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달 중국의 ‘우회수출로’로 알려진 동남아시아 4개국(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캄보디아)에 최대 3521%의 ‘관세폭탄’을 난사했고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1분기 태양광 모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으며, 4월에도 출하량이 다시 줄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재료 가공에서 최종 조립까지 전 세계 태양광 생산 용량의 8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하지만 글로벌 태양광위원회는 전 세계 태양광 설치 증가율이 2023년 87%, 2024년 33%에서 2025년 10%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국정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추진한 감세법안이 태양광 업계에 불리한 방향으로 수정됐다. 이달 3일 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법안인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근거로 태양광 사업에 제공해온 각종 세액공제를 조기 종료하거나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그런 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는 2032년 이후에나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그 시점이 2027년 말로 앞당겨졌다. 지급대상도 2027년 말까지 전력을 생산해 공급하는 기업으로 제한했다. 다만 법안 발효 1년 이내에 건설을 시작한 사업은 2027년 말까지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는 요건에서 제외했다.


중국 서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아커쑤에서 건설 중인 태양광 발전소에서 한 남성이 태양광 패널 사이를 걷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따라서 보조금을 대폭 축소한 만큼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태양광 발전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제이슨 그루멧 미국청정전력협회(ACPA)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법안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위협하고, 에너지 안보와 국내 제조업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청정에너지 투자 혜택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지역사회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태양광 산업이 심각한 과잉 생산의 늪에 빠진 점도 대형 악재다. ‘공멸만큼은 피하자’며 태양광 모듈업계가 맺은 감산 합의가 무색하게 생산량이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7대 모듈 제조업체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을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막대한 보조금을 풀며 국가 주도 성장을 해온 중국의 ‘태양광 굴기(崛起·우뚝 솟다)’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모듈 생산량은 지난 3월 78.4기가와트(GW)를 기록하며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달에도 모듈 생산량은 71.7GW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4%나 급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말 업계가 자율적으로 연간 생산량을 정하자고 합의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급락은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2020년 와트(W)당 0.22달러였던 모듈 단가가 지난해 말 0.09달러로 60%나 폭락했다. 모듈 단가가 헐값으로 떨어지자 생존에 내몰린 제조사들이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 자료: 블룸버그NEF

이 때문에 중국 7대 모듈 제조업체는 지난해 모두 270억 위안(약 5조 1400억원)의 적자를 내 해당 기업의 실적 비교가 가능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수렁에 빠졌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전했다.


올 1분기에도 중국 대형사(룽지루넝·톈허광넝·징아오타이양넝·징커넝위안·퉁웨이)의 적자 규모는 83억 8000만 위안에 달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도 보조금을 줄이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과잉 생산이 중국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데 있다.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지난 몇 년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출혈 수출로 세계 각국의 산업 생태계를 교란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다 보니 중국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가격인하를 넘어 가격파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태양광 산업이 통제 불가의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 악화에 빠지면서 중국의 국가 주도 태양광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수요와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으로 대규모 물량을 사들인 정책이 자국 산업을 공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에너지원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은 중국이 에너지 자립을 위해 전략적으로 육성한 기간산업이다. 미국과 중동 등 산유국에 대항하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의 ‘전동화 국가(Electro-state)’로 발돋움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할 수단이기도 하다.


ⓒ 자료: 블룸버그통신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태양광에 깊은 관심을 보이자 당국은 태양전지를 전기자동차,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신(新) 3종 신기(神器)’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중국 내 풍부한 원료, 값싼 전기료 등이 기반이 됐다.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태양광 발전설비 증설을 독려한 것도 한몫했다. 재고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11~2023년 태양광에 쏟아부은 보조금은 무려 500억 달러(약 68조 44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태양광 업계는 원료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는 글로벌 공급망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전지 효율을 달성하는 등 기술적인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태양광 산업 굴기’(崛起)는 지난해부터 부작용이 드러냈다. 태양전지는 기술 장벽이 높지 않고 생산설비를 갖추기가 쉬운 데다 정부 보조금으로 쉽게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생산설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라는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 제조 능력은 지난해 기준으로 1100GW를 넘어섰다.


전 세계 한 해 태양광 발전 설비 증설 규모가 500~600GW인 걸 고려하면 2배 이상의 공급 능력을 갖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턱없이 많다 보니 중국 태양광 업체들은 격렬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내수는 물론 수출 시장에서도 생산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0

0

기사 공유

1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무수옹
    재뭉아가 셰세 하면서 한탕치길 바라겠구나!
    2025.07.07  12:18
    0
    0
1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