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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발행어음 수익률 1% 추락…"저금리에 투자처도 없다"


입력 2020.06.16 05:00 수정 2020.06.15 17:15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한투·KB證, 1년물 만기 상품 금리 1.6%, 0.8%…NH도 추가하락 가능성

해외대체투자 수익 악화, 제로금리 장기화, 고환율 등 향후 상황도 흐림

(왼쪽부터) 외화발행어음 판매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본사 전경 ⓒ각사 (왼쪽부터) 외화발행어음 판매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본사 전경 ⓒ각사

국내 증권사들이 외화발행어음 수익률을 지속 인하한 결과 1%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환율까지 높아지면서 환차익 여부도 불투명해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투자 상품으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5일부터 만기 1년물 '퍼스트 외화발행어음' 수익률(금리)을 기존 2.20%에서 1.60%로 0.60%포인트 인하한다고 공지했다. 적립식 상품의 수익률도 2.50%에서 1.90%로, 수시입출금 상품은 1.00%에서 0.60%로 0.40%포인트 인하하면서 한투증권이 판매하는 외화발행어음 가운데 2%대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KB증권도 지난 달 26일 기준 'KB 에이블(able) 외화발행어음(1년물)'의 수익률을 0.83%로 공지했다. 지난해 6월 3일 처음 외화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했을 당시 1년물 수익률이 3.00%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2.17%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KB증권에서는 수시식(0.43%), 3개월(0.48%), 6개월(0.74%) 등 1%대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을 찾을 수 없게 됐다. NH투자증권은 'NH QV USD발행어음'의 1년물 만기의 약정수익률을 2.00%로 고시했다. 증권사 가운데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3월5일 기준인 만큼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외화발행어음은 단순히 자금을 받아서 안전자산에 투자해 금리만 붙여서 돌려주는 상품이 아니라 해외상품에 투자를 해 수익을 내야하는 복잡한 상품"이라며 "기준금리는 물론 각종 경제지표 등 투자 수익률 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을 다각적으로 참고해서 금리를 결정하게 되는데 현재 투자처 찾기가 어려워 인하선택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화발행어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아야 취급이 가능한 상품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한투, NH, KB 등 3개 증권사만 판매하고 있다. 예치(만기)기간에 따라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정기예금과 비슷하게 다뤄진다. 5월말 기준 NH투자증권(4억5000만 달러), KB증권(4999만 달러) 등을 포함해 세 증권사의 외화발행어음 판매잔액은 10억 달러(약 1조2805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특이한 점은 고객들이 외화발행어음을 달러로 구매하기에 추후 원금과 이자도 달러로 지급한다는 점이다. 이에 증권사는 외화발행어음을 판매자금을 해외자산에 투자한다. 통상 조달자금의 50% 가량은 외화 기업금융에 나머지는 해외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에 운용해 수익을 낸다.


ⓒ데일리안 ⓒ데일리안

그런 만큼 외화발행어음은 해외투자 수익률과 연관이 깊다. 이에 우선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펀드가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돼 해외부동산펀드의 기초자산인 상가, 오피스, 호텔 등의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수익이 정체되고, 공실률이 높아져 펀드 수익률에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공모 해외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지난 달 말 -5.58%까지 추락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해외부동산에 대한 현장실사가 제한되면서 신규 투자도 정체된 상황이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쇼핑센터 등 리테일과 호텔, 헬스케어 등 낙폭이 확대된 데다 더딘 임대수익 회복 속도, 해지·연기되고 있는 인수합병 및 재통합 관련 계약 등 현 상황을 미뤘을 때 글로벌 부동산의 단기간 수익률 상승을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도 있다. 외화발행어음은 달러로 발행되는 만큼 미국 기준금리 상황에 일부 연동된다. 또 기준금리 인하로 낮아지는 해외채권 수익률이 향후 증권사들의 평가손실 확대로 이어져 외화발행어음 금리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률이 추가 하락할 경우 투자 상품으로의 매력에 타격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화발행어음은 과거 고금리에 환차익 등 유리한 조건으로 고객 모시기에 성공한 상품이지만 최근에는 그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지만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등 각 증권사가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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