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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민주노총'이 '민주노총' 했는데 뭘 그리 놀라나


입력 2020.06.22 10:45 수정 2020.06.22 11: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내년 최저임금 25.4% 인상 요구…시급 1만원 초과

고통분담 요구될 때마다 "경영자 책임" 유체이탈 화법

상식적 의견 기대 못해…최임위 공익위원 중심 잡아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5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부대책에 대한 시민대책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현재 8590원에서 25.4% 오른 1만770원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자영업자들이 나가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어이 ‘최저임금 1만원’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대선 전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조차 각종 부작용이 가시화되자 슬그머니 철회한 최저임금 1만원 카드를 이런 경제적 대참사의 시기에 민주노총이 꺼내들었으니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기업인들과 소상공인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일 것이다.


정부가 세 차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수십조원을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한다는 것은 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영 환경이 악화됐음을 뜻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삭감이 필요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된다면 일자리 감소는 불 보듯 뻔 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88.1%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인상될 경우 44.0%는 신규채용을 축소하고 14.8% 감원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에서 25% 이상의 무지막지한 인상률은 감안되지도 않았었다.


여러모로 상식에서 벗어나는 민주노총의 무리수지만, 사실 과거 그들의 행보를 볼 때 전혀 예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건, 적자를 내건, 도산 위기에 몰리건,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임금 인상을 요구했던 게 민주노총 산하 기업 노조들의 행태였다.


사측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며 고통분담을 호소하면 “경영자의 책임을 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느냐”며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던 그들이었다. 자신들이 몸담은 회사가 무너지건 말건 받을 돈은 받아야겠다는 식이었다.


그런 민주노총이 국가적인 경제위기라고 해서 최저임금 동결이나 삭감에 동의할 리 없다. 25.4%라는 인상폭이 황당무계하긴 하지만 애초에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민주노총이 민주노총 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여기에 더해 그동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그나마 줄여줬던 산입범위 조정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고, 초단시간노동자들까지 주휴수당을 적용하라는 요구까지 얹었다. 기업에겐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아니라 ‘탈한국’을 추진하고, 학생들에겐 더 이상 단기 알바 따위는 없으니 공부나 열심히 하란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의견을 낼 것이라는 희망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매년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쥔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근로자위원도 아닌, 사용자위원도 아닌, 공익위원들이다. 민주노총이 시간급 1만원을 요구하건 2만원을 요구하건, 공익위원들만 중심을 잡으면 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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