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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최숙현 SOS 들었던 대한체육회 인권센터 조치는?


입력 2020.07.02 15:05 수정 2020.07.03 21:25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4월8일 최숙현 선수 신고 접수 받은 뒤 조사 착수

"선수 측으로부터 자료 받는 과정 원활하지 않아 "

고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모바일 메시지. ⓒ 이용 의원실 고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모바일 메시지. ⓒ 이용 의원실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


트라이애슬론 전 국가대표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기 직전 유족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모바일 메시지다.


1일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 출신의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최숙현 선수는 지난달 26일 새벽 부산 숙소에서 투신했다. 최숙현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줘” 등의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용 의원은 "'그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을 한 선수와 같은 직장운동부에 속한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2명의 네티즌도 해당 사연을 알리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각각 게재한 상태로 2일 기준 동의 수 1만 여명을 넘어섰다.


사망 전 최숙현 선수는 수년간 녹취록을 모은 것으로 밝혀졌다. YTN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경주시청 철인 3종팀 관계자는 최숙현 선수에게 “운동을 두 탕을 하고 밥을 한 끼도 안 먹고 왔는데 쪄 있잖아. 8.8일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니?”라고 했다.


최숙현 선수가 “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라고 설명하자 이 관계자는 “네 탓이잖아? 3일 굶자! 오케이? 잘못했을 때 굶고 책임지기로 했잖아? 이리 와, 이빨 깨물어!(찰싹) 야! 커튼 쳐. 내일부터 너 꿍한 표정 보인다 하면 넌 가만 안 둔다, 알았어?”라고 압박했다.


훈련일지에서 최숙현 선수는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았다, 체중 다 뺐는데도 욕은 여전하다, 하루하루 눈물만 흘린다고 적었다. 또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최숙현 선수가 갑작스럽게 극단적 선택을 내린 것은 아니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 4월 초 경주시청 소속 선수 및 관계자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당했다고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용 의원은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폭행·폭언에 대해 신고를 하고 조사를 독촉했지만 하염없이 시간만 끌었다.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등 어느 곳에서도 최숙현 선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체육인 출신으로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 하나 나서서 바로잡지 않고 쉬쉬거리며 온갖 방법을 동원한 회유 시도에 23살의 어린 최숙현 선수가 느꼈을 심리적 압박과 부담은 미루어 짐작해 보아도 엄청났을 것”이라며 “‘아무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도 내 편은 없다’는 좌절감은 결국 그녀를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다시 한 번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최숙현 선수는 해당 종목 국내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경주시청을 택했지만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5년을 참아오며 버티던 최숙현은 대한체육회와 경기단체 등에 고통을 호소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마지막 호소를 대신했다.


사건이 드러난 뒤에야 대한체육회는 1일 입장문을 통해 “4월 초 신고를 접수하고 피해자의 연령과 성별을 감안, 여성 조사관을 배정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며 “현재 해당 사건은 경주경찰서의 조사가 마무리 돼 대구지방검찰청 경주지청으로 송치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6월 1일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사건이 이첩돼 현재는 대구지방검찰청에서 조사 중”이라며 “체육회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여 사건 조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9일 예정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통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해당 사건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나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클린스포츠센터 및 경북체육회 등 관계기관의 감사 및 조사도 검토 중에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3개월 가까이 흐르는 시간 동안 선수를 보호하지 못한 대한체육회가 이제 와서 엄정 조치를 운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런 상황까지 벌어져 안타깝다. 4월8일 신고를 접수한 이후 피해 선수 측에 지속적으로 자료를 요청했지만 받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수가 소속팀을 옮겨 경주시청 감독 등과 분리된 상태였고, 우리는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며 “그렇게 하다 보니 시간이 3개월 가까이 흐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학교운동부 학생선수, 지도자,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스포츠인권교육(스포츠인권,폭력 성폭력 예방· 대처)"까지 했던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년 전 심석희 사태 이후 변화된 모습을 다짐했던 대한체육회는 23세 유망주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내 거센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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