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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이 이끄는 재계 빅4 드림팀, '세상 뒤집을' 미래 먹거리 만든다


입력 2020.07.08 06:00 수정 2020.07.07 21: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모빌리티·정보통신·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공동 대응

정의선 "인간중심 미래 모빌리티 시대 열기 위해 협업 확대"

삼성·SK·LG 보유한 배터리, IT, 소재 분야 강점 접목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데일리안DB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달아 회동하며 그동안 정부나 경제단체 행사 외에는 개별 접점이 없었던 국내 4대그룹 총수들이 정 수석부회장을 매개로 탄탄한 연결 고리를 구축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모빌리티와 정보통신(IT), 에너지 분야에서 급격한 기술적, 시장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 분야의 선두주자인 국내 대표기업 총수들이 팀을 이뤄 세상을 놀라게 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전날 현대차그룹 계열사 경영진을 대동하고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계열사 경영진과 회동했다.


양사 경영진은 이날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를 배경으로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 수석부회장의 ‘배터리 회동’은 지난 5월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며 시작됐다. 당시 충남 천안시 삼성 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정 수석부회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참관하고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경영진들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LG화학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장수명(Long-Life)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이 화제가 됐다.


정 수석부회장과 배터리 3사 총수간 회동은 주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에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3사의 미래 배터리 기술과 관련된 것이었으나, 재계에서는 국내 4대그룹 총수간 회동이 있었던 만큼 각 그룹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더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제조사로서 배터리 공급사들과 배터리 수급 안정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차원이었다면 굳이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서지 않고 해당 분야 총괄 임원이나 계열사 대표를 보내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라며 “각 그룹들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상호 시너지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6월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이들 4대 그룹은 제각기 주력 업종의 급격한 사업환경 변화로 도태, 혹은 더 큰 도약의 기로에 놓여 있다. 남들보다 빨리 시장과 기술의 변화를 캐치하고 사업 방향을 잡아야만 생존을 넘어 도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최태원 회장과의 회동에서 한 발언은 의미가 크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면서 “우리 임직원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이며,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언급한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는 연초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서 그가 발표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이다. 현대차는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PBV(목적 기반 모빌리티)-허브(모빌리티 환승 거점)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미래 도시의 구체적인 모습을 구상해 놓고 있다.


이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과 손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UAM을 구성하는 개인용 비행체(PAV)나 운송수단이자 고정 시설물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PBV는 모두 전기 동력을 기반으로 한다.


정세균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정만기 수소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 등이 1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 개막식 후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S-A1 미니어처를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개인용 비행체는 전기 추진 기반의 수직이착륙(eVTOL) 비행체로, 대도시의 교통체증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미래 혁신 사업으로 꼽힌다. 활주로 없이 허브와 허브 사이를 옮겨가며 도심 내 이동을 가능케 한다.


현대차가 올해 초 CES에서 발표한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은 ‘개인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날개 15m, 전장 10.7m의 거대한 크기를 갖췄다. 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 탑승이 가능하며 8개의 로터를 돌려 최고 290km/h의 속도로 최장 100km를 비행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S-A1이 상용화되려면 충분한 배터리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량화, 소형화는 물론, 고성능을 내면서 지속성까지 확보돼야 한다. 특히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배터리 충전이 가능해야 하는 만큼 고속 충전 성능까지 갖춰야 한다.


이는 현존하는 배터리 기술로는 대응이 힘든 부분이다. 세계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는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개발 중인 미래 배터리 기술이 총동원돼야 한다.


일단 UAM 시장이 열리면 삼성과 LG, SK는 기존 전기차 시장 못지않은 거대한 배터리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글로벌 UAM 시장이 1조5000억달러(약 18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정만기 수소모빌리티+쇼 조직위원장 등이 1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0 수소모빌리티+쇼' 개막식 후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허브가 결합한 미래 모빌리티 미니어처를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PBV는 이동수단이자 공간 그 자체다. 자율주행 기능을 갖춰 별도의 운전석이 불필요하며, 실내 공간은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다. 다수의 인원을 이동시키는 셔틀의 역할은 물론, 식당이나 카페, 호텔, 영화관 등 여가 공간, 병원, 약국 등 사회 필수 시설로도 변신할 수 있다.


하부에 배터리를 넓게 깐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플랫폼에 상부 차체를 결합하는 방식의 설계가 PBV의 무한한 확장을 가능케 한다. PBV가 미래 도시의 이동수단이자 도심 구조물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수많은 ‘배터리를 넓게 깐 스케이드보드’가 필요해지며, 국내 배터리 3사가 활약할 시장도 그만큼 넓어진다.


현대차그룹과 삼성, SK, LG그룹이 협력할 부분은 비단 배터리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UAM-PBV-허브가 결합한 미래 도시는 고도의 통신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PBV는 개발 단계부터 자율주행 방식으로 제작되며, 개인용 비행체는 초기에는 사람이 조종하는 과도기를 거치지만, 향후 자율비행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PBV가 계획된 경로를 이동해 허브에 결합, 용도에 맞는 역할을 하거나, 개인용 비행체가 공중에서 3차원 공간에서의 비행 경로를 상호 간섭 없이 비행하기 위해서는 빠르면서도 안정적인 통신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SK그룹의 SK텔레콤이나 LG그룹의 LG유플러스가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술 고도화와 수요 폭증에 대비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CES 2020에서 발표한 미래 도시 비전.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시대에는 보안 문제도 더욱 철저하고 민감해져야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 화웨이의 5G 통신장비가 자국의 보안을 위협한다며 철저히 견제하는 것과 같은 일이 미래에는 더욱 빈번해지고 심화될 수 있다.


개인용 비행체가 자율비행으로 공중을 날고 PBV가 도로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통신장비를 공급한 기업의 국가와 정치, 군사적 대립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는 정보 측면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치명적인 위협에 처할 수 있다. 적성국의 해킹으로 수천 대의 개인용 비행체가 추락하고 수만 대의 PBV가 충돌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율주행·비행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는 통신장비 국산화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며, 통신장비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역할이 커진다.


SK이노베이션이나 LG화학 소재부문이 해줘야 할 역할도 있다. 개인용 비행체의 경량화나 PBV의 확장성 확보를 위해서는 ‘탈 철강’이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석유화학 기반의 다양한 차세대 소재를 개발해 개인용 비행체와 PBV의 골격과 동체에 공급해줘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구상이 삼성, SK, LG그룹과 ‘드림팀’ 구성을 통해 현실화되고, 그 결과물이 글로벌 표준이 된다면 국내 4대 그룹 모두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쾌거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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